실화치고는 평이한 구성, 무덤덤한 반응.....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 <안녕, 쿠로>는 1961년부터 10년 동안 일본의 한 시골 고등학교에서 생활한 온몸이 검은색인 개 '쿠로'와 학생, 교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도 학교에서는 쿠로의 장례식을 열어 주었고, 수천 명이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한 교사의 푸념처럼, 고작 잡종견인 개 한 마리가 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개 또는 그 어떤 반려 동물이라도 정성으로, 사랑으로 키워 봤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영화는 쿠로 곁을 지나간 많은 사람들 중 료스케와 유키코, 그리고 코지의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이 이사가면서 두고 가는 바람에 남겨진 개 '쿠로'는 먹을 걸 주는 료스케의 뒤를 따라 학교에 들어오고,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 눈에 띄면서 전설적인 사무라이 '사이고'의 애견으로 발탁되어 무대에 오른다. 이날부터 쿠로는 학생과 함께 학교 수업을 듣고, 경비 아저씨와 함께 순찰을 돌며, 심지어 교사들 회의 시간에도 자리를 함께 한다. 개를 싫어했던 학생과 교사들까지도 어느덧 쿠로의 영특함에 물들면서 쿠로는 마치 이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된다.
이 영화는 사실 실화치고는 매우 평이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쿠로의 죽음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고(물론, 자신의 반려견을 눈물로 떠나보낸 사람들에게는 감정 이입이 될 수 있겠지만) 제목과는 달리 쿠로의 이야기가 중심인 것도 아니다. 다만, 인간들의 관계를 쿠로는 그저 담담히 지켜보거나 옆에 있어 줄 뿐이다. 기존의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와 구분되는 이런 구성이 어떤 사람에겐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쿠로의 이야기보다는 인간들의 이야기에 더 감정이 투사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쿠로 얘기를 빙자한 인간들의 로맨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옆에 있어 줄 뿐인 쿠로 때문에 누군가는 삶의 희망을 얻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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