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의 개>를 만든 루이스 브늬엘의 작품.
부르조아(달리 말하자면 상류층)를 풍자한 유쾌한 영화다.
이 영화도 감독의 명성답게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 중간중간에 주인공들이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흐름과 관계없이 나온다던가 다른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면 그 모든 것이 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는 식으로 물고넘어가고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이나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점이 독특하고 우스꽝스럽다. 경찰은 죄수들을 내버려두고 전설이 무섭다고 도망가지를 않나,
군인들은 비상소집 때문에 식사 도중에 나가야하는데 쫄병군인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있지를 않나,
신부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고해한 노인을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라는 이유로 살해하지를 않나.
하여간 이러한 모순된 점들이 영화의 은밀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는 부르조아들을 거침없이 풍자한다. 그놈의 밥 먹는게 뭐가 대수라고 매 만날때마다 밥을 먹는다. 정확히 먹으려고 할때마다 일이 잘 안 풀려서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식사'라는 것이 상류층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달팽이요리를 시작으로 양고기, 캐비어 같은
것을 대접하면서 각자 자기자랑을 해대는게 상류층이 아닌가.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은 겉으로는 최대한 예의바른 행동을 하면서 뒤에서는 호박씨 다깐다. 마약과 불륜을 하고 자신들의 욕정에 못이겨 풀밭에서까지 즐길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식한 인간인가를 보여주었다.
또 자신의 권위와 남에게 비쳐지는 이미지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매일 불안에 떠는 부르조아들이 한심하다고까지 느꼈다. 특히 마지막 식사할 때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할 때는 뭔가 안쓰러운 생각까지 들더라. 서로 화제는 다르지만 이야기는 잘 흘러가는 건 우스웠지만
마지막 그들이 이유없이 죽을 때는 뭔가 허전하고 부질없는 것이 명예라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할 때, 살아남은 미란다 공화국 대사간이 그 상황에서 그렇게 고기를 숨어서 꾸역꾸역 먹고있는 걸 보면서 감독이랑 뭔가 통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풍자의 걸작이라고 해야할까? 참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재밌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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