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It Is Raining On Santiago / Il Pleut Sur Santiago, 1976)
이 영화는 국내에서 TV로 유일하게 딱 한 번 방영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1988년 노태우 정권시절 광주청문회로 국회가 시끄러울 때 KBS에서 방송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 토요명화 시간에 방영되었다. 당시 이런 영화가 공영방송에서 방영된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영화의 내용이 군사쿠데타와 관련된 것도 문제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칠레의 역사적 사건, 마르크스주의자인 살바도르 아엔데 대통령과 인민연합 그리고 사회주의 개혁과 미국의 CIA음모같은 내용은 전두환과 노태우 군사정권 하에서 방송하기 매우 힘든 내용들이었다.
아마도 기억에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사실은 영화제목이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로 되어 있어서 프랑스 멜로영화쯤 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TV 방영 당시 제목 때문에 사전 체크되지 않고 방영되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영화 제목은 바로 쿠데타군의 작전 암호명이었다. 영화 속에서도 라디오를 통해 칠레의 산티아고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방송을 계속 내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칠레 산티아고는 비가 오지 않고 날씨는 맑았다.
이 영화는 영화지만 마치 다큐멘타리처럼 찍은 영화이다. 영화는 처음 시작부분에서 쿠데타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의 과거 회상 그리고 다시 현재의 상황을 반복해서 보여주지만 보는사람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칠레전투나 칠레의 아옌데와 인민연합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 모르지만 반복되는 회상장면은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차라리 과거 회상장면은 기록필름이나 흑백화면으로 했으면 이 영화가 더 나았을지 모른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도 과거와 현재를 반복해서 보여주지만 흑백화면과 기록필름을 사용함으로서 관객들에게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수 있었다.
어쨌든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은 분명한 것 같다. 1973년 9월 11일 쿠데타 이후 1975년 제작 개봉된 이 영화는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인 것이다.
2006년 12월 10일 전 세계적으로 인간 도살자이며 독재자라는 칭호를 받은 피노체트는 91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가 죽였던 살바도르 아옌데 전 칠레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지만 피노체트는 최근까지 고문피해자와 실종자 가족들에 의해 고소를 당해 가택연금과 면책특권 박탈 등 법률적 제재를 받다가 죽게 된 것이다. 죽기 전에 그가 자신이 행했던 쿠데타와 집권기간 중 인권탄압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였더라면 그나마 좀 더 편안한 마지막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화려한 휴가> 개봉에 맞춰 광주에서 학살극을 벌인 우리나라의 사이코 패스들에게도 피노체트의 마지막이 귀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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