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gon (2006)
감독 : 스테판 팽마이어 각본 : 피터 부크먼/마크 로센달/로렌스 코너
21세기 초 던전&드래곤 이라는 괴작?이 있었다. 이름에 낚여 극장에서 본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물론 나도 그랬다. 국내 TRPG 가 정착된지 여러 해가 지나 나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던전&드래곤. 그 이름의 가치를 뒷받침 할 수 있으려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시도한 것에 의미를 두자라고 생각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이었을까? 에라곤을 접하면서 과거의 이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소재도 비슷하긴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어스시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 등의 유명 판타지 소설들은 당연하다는 듯 영화화 되었다. 상당 수의 영화들이 원작에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제작되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문학이든 영화든 다소 비주류 성향이 있는 장르이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늘어가는 사실을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에라곤이라는 영화가 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파올리니 라는 젊은 작가의(24) 원작을 토대로 제작되었는데, ‘유산 3부작’이라고 불리우는 원작으로 영화 또한 3부작으로 제작되어질 것이다. 15살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이 시리즈는 현재 3부를 집필 중이고 2부는 엘디스트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다.(국내에서도 모두 출간)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원작을 영화화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배경을 안고 등장한 에라곤의 결과는...?
우선 스케일을 보더라도 쏟아부은 돈이 만만치 않아 본전 회수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마지막 전투 씬을 위해 설치한 세트는 4개월이나 걸려 설치했다고 한다. 더불어 영화 대부분에 등장하는 특수효과와 CG.(주인공이 용이니 뭐...고지라 처럼 탈쓰고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이익은 커녕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개봉 첫 주,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듯 했지만 다음 주 5위로 급격히 하락하더니 3주째는 아예 국내 박스 오피스 순위에서 사라졌다. 물론 상영 기간 동안 100만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상대적으로 실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투자 규모가 다르니... 가족 영화로써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로인한 장점도 있지만 전체 관람가 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아진다. 순차적이고 안정적인 구조를 통해 저연령대 관객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지만, 역시 성인들에게는 지루해 보인다. 더불어 성인 관객들에게서 흔히 지적되는 것은 특별한 내용이 없다?? 속편을 위한 좀 긴 예고편이라고도 말하는 1편은 주인공이 드래곤 라이더로써 자각하므로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 기반을 마련한 것 외에 보여지는 것이 없다.
에라곤 이라는 영화 자체에 대해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1편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않는 결과는 어필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 여겨진다. (최근 영화 중 캐리비언의 해적 2편에서 이와 같은 시도를 하였으나 1편에서 하나의 완성작으로서의 가치를 남겨놓았기에 가능한 것 이었다 생각됨) 물론 영화상에서 주인공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움직이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약해보인다. 원인과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감이 희미해 마지막엔 주인공이 드래곤 라이더가 된 것이구나~라는 사실만 남겨졌을 뿐이다. 용이라는 존재를 통한 비주얼은 볼 만하지만 요즘 CG가 기본이 되어버린 상황에선 특별한 장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일반 관객보다 매니아 층이 두터운 장르인 만큼 소수의 매니아를 잡아야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도 어필하기 어려웠다. (국내의 경우 판타지에 열광하는 매니아의 경우, 체계와 설정, 룰에 의미를 두고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세밀하고 체계적인 세계관은 물론이거니와 그 세계를 이루는 룰에 있어서 불분명한 경향이 있어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계급과 마법 체계. 더불어 용과 관련된 이해도에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서양과 동양의 관점 차이)
애초에 시리즈를 염두해두고 제작된 만큼, 1편의 역할은 속편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가장 흥미롭고, 자극적이어야 할 내용이 단순 기틀 마련에 그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속편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 우선 속편은 제작될 것이라 여겨지지만, 속편에서 더 많은 것들이 보여지지 않는다면 시리즈의 완성에 대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리포터가 크리스 콜럼버스에서 벗어나 3편에 이르러 좀 더 성인 취향의 것으로 바뀔 수 있었듯이 감독의 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 어디까지나 성인의 관점에서 하는 얘기다. 가뜩이나 저연령대의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기적인 발언이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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