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고속도로를 이용하라...
2003년도 부천영화제 상영작인 <더 로드>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1918년 네브래스카 주, '마르콧'(영화에서는 결코 도착할 수 없는 마을의 이정표이며, 여의사의 이름이다)이라는 나선형 구조의 도로가 개통된 다음날, 임신부 한 명이 죽은 사건이 일어났고, 그 뒤 이 도로에서는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처럼 199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한 가족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영화는 이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서 가족 사이의 불협화음과 갈등, 그리고 어두운 도로를 결합한 공포를 자아낸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그다지 화목해보이지 않는 한 가족이 좁은 승용차를 이용,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암울한 기운을 내뿜던 영화는 운전을 하는 아버지가 평소 이용하던 고속도로 대신 어두운 지름길을 택하면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내비친다. 졸음에 힘겨워하던 아버지는 저녁 7시 30분쯤 교통사고 직전에 급정거를 하며 사고를 피하는데, 이 때부터 시간은 7시 30분에 멈춰 서 있고,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으며, 하얀 옷의 여자와 아기를 태운 후 가족들은 한 명씩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그러면서 영화는 공포를 주는 것이 대체 어두운 길인지, 또는 숨겨져 왔던 비밀을 털어 놓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가족들인지 애매모호하게 전개된다. 길의 공포는 명확하지 않은 반면에 가족에 의한 상처는 명확하지만 길이 주는 공포를 헤쳐나가기 위해 같이 있어야 한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처럼 이 영화의 공포는 강하게 임팩트를 주기 보다는 <샤이닝>처럼 서서히 조여 오는 맛이 있다. 영화의 결론은 두 번의 뒤틀림으로 마무리된다. 큰 딸이 병원에서 깨어날 때, 영화를 보면서 혹시나 했던 나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됐지만, 이어진 또 한 번의 뒤틀림으로 인해 영화는 모호한 결말을 제시한 채 끝난다. 물론, 그러한 모호한 결말이 아주 독특하거나 독창적인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평가대로 저예산 공포영화의 모범은 충분히 될만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두 가지, 가급적 익숙한 고속도로를 이용하라, 그리고 졸릴 때는 운전을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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