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나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미야자키하야오로 대표시되던 일본만화는 이제 신카이 마코토로 넘어갔다!!!" 라고..물론 그간 미야자키하야오가 쌓아놓은 업적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저런 평가를 듣기엔 신카이 마코토가 쌓아야할 업적을 생각해보면 너무도 성급한 결론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국내 및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던 미야자키표 영화가 근래들어 흥행 및 비평에서 참패를 당하고 있다.. 물론, 미야자키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을게다. 지난 작품은 그가 직접 연출한 게 아니라 그의 아들이 연출했으니..하지만 미야자키의 작품이 20세기의 감성을 아울렀다면 신카이의 작품은 21세기를 아우르는 작품인 것이다!!
뭐랄까..내가 잘은 모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대개 모험활극이 내용의 주를 이루거나 몇몇 작품들 속에서는 일본색이 너무나 짙게 베여나오는 작품들도 있는 등 현실과 혹은 보편적인 감성을 어우르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들이 몇몇 있지만(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영화는 미야자키영화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 속에는 어떤 한 쪽으로의 편견없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아우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등장인물이나 배경도 우리와 너무나도 친숙하고..
어쨌든 미야자키하야오는 차치하고서라도 누구든 신카이 마카토 감독의 작품을 본 이라면 그 작품의 매력에 녹아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 일본 나가노에서 출생한?신카이마코토 감독은 만화영화계에 뛰어들어 아래와 같은 상들을 수상하며 단숨에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 되어버리는데..
그가 맨 처음 내놓은 작품은 집에서 혼자(;;) 제작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였다. 그 뒤로 <웃는얼굴> <구름 저편, 약속의 장소> 등을 차례로 내놓는다. 그 와중에 수상 경력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화려하다.
1998년/eAT 카나자와’98에서 특별상 수상 1999년/SKIP 크리에이티브 휴먼 대상에서 일반 부문 동영상 최우수상 수상 2000년/SKIP 크리에이티브 휴먼 대상에서 휴먼 대상 수상 2000년/제12회 DoGA CG애니메이션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 수상 2002년/제1회 「 신세기 토쿄 국제 애니메이션 페어 21」공모 부문에서 우수상 수상 2002년/제7회 애니메이션 코베에서 패키지 부문상 수상 2002년/제2회 일본 매니어 대상 「탑을 겨냥해라!상」수상 2002년/제6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특별상」수상 2003년/제8회 AMD AWARD 「Best Director상」수상 2003년/디지털 컨텐츠 그랑프리 2002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영상 디자인상 수상
그리고 그가 절치부심 내놓은 작품이 바로 <초속 5cm>로서, 기존의 1인 제작시스템에서 벗어나..(봣자지만) 무려 30명이나 되는 스탭을 동원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총 상영시간은 62분이지만 짧막한 에피소드 3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태를 띠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 <벚꽃 이야기>는 전학으로 헤어지게 된 단짝 다카키와 아카리가 재회하기까지 과정을, 두 번째 에피소드 <코스모나우트>는 다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이야기를, 마지막 에피소드 <초속 5센티미터>는 성인이 된 다카키와 아카리의 후일담을 담는다.
세 단편을 아우르는 제목이기도 한 ‘초속 5센티미터’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데, 감독은 그 밖에도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속도들을 대입해가며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맞닿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티끌 하나 묻어나지 않을 것처럼 순수한 사랑, 헤어짐과 애절한 그리움. 전작들을 관통해온 테마는 <초속 5센티미터>에서도 변하지 않았고, 감독 특유의 소녀적 감수성 역시 여전하다.
순정만화에서 오려낸 듯한 인물들의 모습이 종종 닭살을 돋우기도 하지만, 텅 빈 교실의 책상 위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형광등 불빛, 차창에 기댄 이의 어깨에 녹아드는 석양 등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아련한 감성을 새겨넣는 섬세한 연출은 추억과 순수의 세계로 관객을 흡입한다.(이상 씨네21)
아련하고 잔잔한 내용과 그것을 묵묵히 그러나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구성 및 연출솜씨도 대단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것은 바로 작화의 퀄리티였다. 스틸컷으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도저히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생각이 들기 힘들 정도의 화면을 보여준다.
특히 실사 사진을 옮겨놓은 것과 같은 장면의 묘사라든가 관객의 눈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세밀한 묘사 등은 실로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화면을 가득 혹은 잔잔히 혹은 날카롭게 채우는 빛에 대한 묘사는 가히 압권이다. 또한 내용에 맞는 잔잔하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인 지금도 눈을 감으면 눈 앞에 또렷히 남을 만큼 뇌리에 깊게 남았다. '아름다운화면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는 감독의 의도는 적중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이런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지닌 영화를 만나서 마음의 안식과 위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워낙 내용 자체가 나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너무 비슷해서..특히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엔딩 곡도 너무나 슬프고 애절했고..아아..정말이지 이 영화는 내가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이 영화가 인디관에서만 상영됐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 영화를 보려면 상암cgv나 강변cgv를 가야한다. 인디관이라서 너무 객석도 작았고 특히 이 아름다운 화면을 눈앞에서 그대로 느끼기엔 스크린이 너무 작았다. 그걸 제외한다면 별 다섯개를 주고도 전혀 아깝지 않을 영화다.
내 부족한 필력으로는 이영화를 제대로 말할 수가 없다 ㅠㅠ 영화에 대해 더욱 전문적인 평가와 정보를 알고싶은 분들을 위해 필름2.0의 영화평을 밑에 올립니다~
추억과 성장을 품은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는 불현듯 떨어지는 벚꽃처럼 다가와 우리들의 소중한 기억을 들춰보게 만든다.
1화 ‘벚꽃초’. 타카키와 아카리는 내성적인 성격과 좋아하는 것이 서로 같은 친구이자 연인이다. 하지만 벚꽃비가 내리는 봄날,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가 전학을 가면서 그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진다. 편지만 주고받은 지 반년이 지나고, 더 먼 곳으로 전학을 가게 된 타카키는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싣는다. 2화 ‘코스모나우트’. 타네가시마 섬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생 카나에의 마음속엔 진로보다도 도쿄에서 전학 온 타카키 생각뿐이다. 등하교를 함께하고 누구보다 가까이 지내지만 그의 마음은 항상 멀리 있음을 느낀다. 3화 ‘초속5cm’. 어른이 된 타카키는 세상 속에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살아왔다. 그런데 문득 뒤를 돌아본 순간,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과 어린 시절 간직했던 소중한 감성이 되살아난다.
빛의 연금술사, 아날로그적 감수성, 영원한 소년 등의 수식어를 가진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초속 5센티미터>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키워드다. 건드리면 톡 터질 듯한 감수성으로 충만한 그의 작품세계는 특별한 사건이나 굴곡 없이 잔잔하다. 하지만 찌든 하루를 보낸 회사원도 뭉클하게 만들 법한 특유의 감수성과 감정의 떨림은, 불과 두 편의 전작을 내놓은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신카이 월드'를 구축하는 자양분이 됐다.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는 감독의 전작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과 마찬가지로 어긋나는 사랑에 아파하고 견뎌내는 성장통의 또 다른 버전이다. 흘러가는 구름, 창공을 가르며 스쳐지나가는 새들과 기차, 온 세상을 하얗게 수놓는 벚꽃과 눈 등 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단골 소재들도 어김없이 등장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배경 설정에 있어 SF적 요소들을 덜어냈다는 점에선 전작들과의 차이를 보인다. 이런 변화는 애니메이션에 현실의 인간과 그들의 숨결을 그려보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영화는 인생사가 설명이 불가능한 것처럼 인물이 정확히 어디로 떠나는지, 그들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그리고 가정환경은 어떤지 등의 설명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대신 전차의 창문 위로 흘러가는 풍경이나 봄날 벚꽃비와 겨울 함박눈의 대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속도와 시간, 거리의 관계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고요한 풍경, 눈부신 햇살과 빗방울을 바라보며 그저 느끼게 할 뿐이다.
현실 이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신카이답게 <초속 5센티미터>는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갈 법한 배경들도 하나같이 액자 속 풍경처럼 묘사했다. 빛의 연금술사란 별칭에 걸맞게 빛의 미학도 한층 두드러진다. 전철 안의 깜빡이는 형광등, 플랫폼의 쓸쓸한 가로등 불빛, 벚꽃과 파도에 반짝이는 햇살 등은 튀지 않으면서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빛의 강약을 강조하고 배경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신카이는 그 다운 대답을 들려준다. “아름다운 장면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큰 격려가 되기 때문”이라고. 힘들고 지쳤을 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그 자신도 실은 아름다운 풍경에 둘러싸여 있음을 깨닫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알싸한 첫사랑의 좌절도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다. 2부의 주인공 카나에는 마음이 전달되지 못하고 끝나는 안타까운 사연을 겪지만, 그를 둘러싼 풍경은 그 어떤 장면보다도 반짝인다.
<초속 5센티미터>는 신카이 마코토식 제작방식에 또 한 번 변화를 꾀해 만든 작품이다. 1인 체제 제작방식으로 유명해진 그이지만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부터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스탭들을 고용했다. 13명의 메인 스탭들이 합숙하며 작업했다고. 쉽게 잊기 힘든 제목인 <초속 5센티미터>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뜻한다. 극중에서는 아카리가 타카키에게 이 뜻을 알려주는데, 실상 신카이에게는 메일을 주고받던 팬이 알려준 것이다. 단위로서도, 숫자로서도 빠른지 느린지 잘 알 수 없는 이 신비로운 속도는 신카이를 사로잡았고, 마음의 거리라는 테마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제목으로 사용하게 됐다. 추억과 성장을 품고 있는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는 불현듯 떨어지는 벚꽃처럼 다가와 우리들의 소중한 기억을 조심스레 들춰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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