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대형화, 미국화 되어간다. 영화 전반의 흐름도 예외가 아닌지라, 헐리우드식 블럭버스터가 아니면 영화 대접을 받지 못한다. 특히 제3세계, 아시아 영화일 경우는 더하다. 그런 틈에 만난 [잔다라]는 마치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기 까지 하다. 물론 섹스라는 상업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상당부분이 자극적이고 감각적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용을 살리기 위한 매콤한 향신료 같은 것이고... 태국이라는 나라가 풍기는 이국적 향기처럼, 이 영화도 이국적 향기가 가득하다. 문득 훅훅 하고 열기와 향신료 냄새 풍겨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잔다라]는 자극적인 성묘사 장면이 전체의 20%인가 30%인가를 차지한다고 해서 자칫 에로영화로 착각하기 쉬우나, 실은 그보다 훨씬 깊은 내용으로 단단히 무장한 영화이다. 일반적으로 어설프게 건드리고 또 어설프게 해피엔딩으로 포장해버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집단안에 일어나는 일들을 논지 감독은 잔인하도록 파헤쳐버린다. 실은 가족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야, 살얼음위의 집단이야 하고 너무 직접적으로 내뱉어 버리는 영상앞에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한발짝만 잘못 디디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잔다라의 집과 그의 세계, 그 사이에 수줍게 살짝 피어나는 첫사랑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되리만치 애처롭기만 하다. 영화의 태그라인을 보면 30년간 금기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30년간 금기되었던건 단지 성적인 묘사뿐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한 날카로운 메스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금기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