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의 역사성-로마권력의 가장자리에 선 호민관 메살라.로마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유대에 부임한다. 그의 속에는 권력욕이 숨어있을지언정
겉으로는 로마문명의 보편성을 내세운다.
하나의 제국.하나의 경제권.하나의 권력으로 상징되는 통일체.
그는 이것을 전도하기위해 온것이다.
벤허는? 그는 소위 온건적 개화파라고 할수있다.
로마제국의 권위에 정면대응을 피한다. 그러나 유대민족주의에 부분적으로 공감.
이런 중간위치의 유대인일수록 위험에 처한다는것이 역사의 교훈.
그러나 벤허는 민족과 로마중 어느하나를 선택할수없는 위치.
유대귀족인 그가 동족을 버릴수있는가?
또 국제무역에 종사해 부를 쌓은 벤허가 로마를 외면할수도 없다.
결국 로마권력(메살라)이 응징에 나서 벤허는 노예로 전락.
그러나 그는 극적으로 부활. 로만드림(고대판 아메리칸드림)을 이룩하게 된다.
로마전차경주챔피언으로 명예를. 집정관 아리우스의 양자가 되어 부를.
그는 로마제국의 성공작이다!
하지만 유대인의 피는(어머니와 누이)그에게 귀향을 요구.
그는 팔레스티나로 돌아간다. 도중에 아랍부호와의 인연은
어쩌면 유대.아랍의 화해를 바라는 현대정치의 요구일지도.
씁쓸한건 실제역사에서 유대멸망의 그순간까지 양민족의 화합과 단결은
이루어지지않았다는 사실.
벤허는 복수를 달성하나 허무한 마음은 채워지질 않는다.
유대총독빌라도와의 면담은"벤허" 역사성의 키포인트.
"완전한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빌라도의 이말은 로마인의 사상 그자체.
종교성이 배제된 그들만의 철학. 벤허는"나는 유다 벤허"라고 선언.봉기를 꿈꾼다.
그러나 예수님의 희생과 기적을 알게 된 그는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벤허가 만일 유대독립전쟁때까지 살았다면 과격파에 적으로 몰렸을지도.
"벤허"의 역사적의미는 어쩌면 "아웃사이더"의 그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2천년전 유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적제국은 언제나 약소국을 정복해왔고
창칼뒤에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다.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민족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
"벤허"는 인류역사상의 딜레마를 벤허와 메살라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벤허의 종교성-"벤허"의 부제는 그리스도의 이야기이다.
예수님의 마굿간 탄생전설로 시작되는것이 이채로워.
예수님은 벤허와 메살라로 상징되는 두 이데올로기사이에서
홀로 외치는 구원의 목소리.
노예선으로 끌려가는 벤허에게 생명수를 주는 장면. 뒷모습만 보이는 그분.
벤허의 말라붙은 얼굴을 씻어주는 예수님의 손길은 정말 감동적.
예수님과 벤허는 골고다가는 길에서 재회.
어떤 의미에선 감상적이라고 할수있으나 예수님에 대한 인간적사랑이 돋보이는 순간이기도.
예수님이 십자가위에서 숨을 거둘때 일어난 최후의 기적.
그 은총을 받은 벤허일가는 그리스도에 귀의한다..
유대교와 로마제국이라는 상반된 이념사이에서 어떤것을 선택해야될까?
그것이 당시 민중의 고민이였을것.
민족을 위해서 로마와 투쟁? 그 명분에도 불구하고 살상과 폭력이 잇따를것은
당연지사.심지어는 동포들끼리 살육이 벌어지기도.
로마가 주는 현실적 압박과 고통은 말할것도 없고.
그렇다고 민족을 착취하는 로마편에 서서 매국노소리를 들을수도
없다. 신앙과 전통을 버리고 로마인이 될수도 없을것.
그 딜레마사이에서 예수님이 무조건적 사랑을 외치고 나온것이다.
벤허의 인생역정은 골고다에서 그의미를 찾은것이다.
1920년대에 제작된 벤허가 빅히트한지 30년이 지나 리메이크된 "벤허"
찰톤 헤스톤은 정말 멋진 캐스팅! 재미있게도 그는"모세"가 된 적도 있다.
그를 극우보수주의자라고 비판적으로 볼수도 있으나"벤허" "십계"는
그의 일생의 영광이라고 할만해.
끝으로 에피소드 몇 가지.
전차경주씬에서 메살라가모는 말은 흑색.
벤허가 모는 말은 백색.
숨겨진 인종차별이 아니냐고 말이 많았단다.
"주여 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단 말입니까?" 는
유감스럽게도 사실이 아니란다.
말년의 와일러는오히려 "벤허" 의 의미를낮게 평가하기도..
역사성.종교성을 떠나서라도 "벤허"는 헐리웃스펙터클전성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초대작. 아카데미11개부문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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