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그 유명세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밋밋한 반응만 보였다. 제대로 번역을 한 다해도 3년이 넘게 걸릴 작품을 몇 명이서 심심풀이로 직역(?)을 해서 책을 내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으니까 말이다(소문이 아니고 사실이라는 사람도 있으니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맡기기로 하겠다) 이 소설의 팬들이 만들어낸 상황들은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했다(영화팬들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원작의 이미지를 피터 잭슨이 훼손할까봐 두려운 나머지 판권을 가진 가족들을 납치할 계획도 세우고 삼엄한 경비를 뚫고 촬영지에 무단 침입해서 자신들이 만든 홈페이지에 자료를 제공하는 열성팬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외국의 호들갑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무지 조용한(?) 편이었다.
판타지에 관련된 모든 용어는 J.R.R 톨킨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판타지 소설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는 그 당시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단어로 표현해 내었고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지금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놀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 뿐이 아니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신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고 그에게 살아있는 글자를 쓰는 진정한 작가라는 칭호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 소설은 불후의 명작이다. 그럼 영화는 어떠한가? 그 불후의 명작 이미지에 손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톨킨은 이 작품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신이 되어서 모든 것들을 창조해내었다. 그런 그의 세계가 그다지 낯설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의 놀라운 상상력 때문이다. [블랙앤화이트]라는 게임처럼 때로는 선이 되어서 때로는 악이 되어서 읽는 이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쾌감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판타지 소설의 원조격을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하지만 종이 위의 글자가 방금 전 보고 온 영상과 매치가 안 된다면 내년을 기약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다만 이 소설의 문체가 읽는데 조금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시 그가 만들어낸 그 상상력은 황홀하다 못해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대사 하나 하나에서 오는 짜릿짜릿함,장면 하나 하나는 마치 저런 세계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물론 CG의 힘도 있겠지만 뉴질랜드에 저런 곳이 있다니 꼭 한번 가고 싶다는 충동을 생기게 만들 정도이다) 가슴 조이게 하는 장면들이 시종일관 등장하는데다 하워드 쇼어의 음악은 보는 이의 눈물을 떨어뜨리게 만들 정도이다. 어디 그뿐인가. 피터 잭슨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이미 그는 [천상의 피조물]이라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보여주었다.소녀들이 만들어내는 그 장면들을 기억한다면 결코 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것이다.) 장면들은 결코 눈을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 영화는 오감으로 밖에 느낄 수 없는 내 신체기관이 미울 뿐이다.
너무나 연악해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것 같은 호빗족 프로드(엘리야 우드)와 그의 원정대가 절대반지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원작 소설을 다 읽어보았지만 허접한 번역본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 다음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그 다음 이야기를 밝히지는 않겠다) 스스로의 신념이 아닌 주어진 상황이 만들어 내는 비극적 아이러니 때문에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지배할 정도이다. 과연 나라면 저 순간 무슨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정해진 상황 앞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맞서야 하는 그들의모습은 애처롭게까지 보이기도 한다.
또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여자의 나레이션처럼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한치 앞도 못 내려다보고 순간의 이익, 탐욕을 위해서 자신의 몸까지 지배당하는 걸 알면서도 절대 힘을 얻기 위해서 반지를 차지하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제 반지를 지켜야 하는 그 가련한 호빗족의 모습은 보는 이의 애간장을 태우고도 남는다.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한없이 강한 모습으로 꿋꿋하게 자신의 운명에 맞서 살아가는 그 모습이 말이다. 프로드가 그런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현실을 직면하고 맞서는 방법 뿐이다.그런 상황 속에서 누구나 한없이 약해지고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마저 산산이 부서지겠지만 단 한 가지 믿음이 그들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 아닐까? 그 믿음이 절대반지의 힘을 이길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질지 그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2003년 겨울이 올 때 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족
원작의 광팬들은 이 영화를 보고 조금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장면들이 쉴새 없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톨킨이 보여준 그 방대한 배경 지식은 영화 속에서 그다지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은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 미칠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게 모두 J.R.R 톨킨의 원작의 힘인지 아니면 피터 잭슨의 연출의 힘인지는 보는 이의 판단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흥행성적은 [해리포터]에 비해서 저조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이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해리포터]를 아이들 소꼽장난으로 만들게 하는 묘한 분위기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스케일이 있다. 거기에다 J.R.R 톨킨의 세계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판타지가 갖추어야할 엄청난 상상력이 있으니 그 이상을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쟁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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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원작의 광팬들은 이 영화를 보고 조금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다
2010-09-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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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 The Lord of the Rings : The Fellowship of the Ring)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