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텍사스주의 33명을 살해한 살인범을 소재로 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프리퀼격인 <제로> 인 이번편은 살해범의 탄생과정을 잔혹하고 섬뜻한 영상으로 수놓
은채 공포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영화상에서 등장하는 '레더 페이스' 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20세기에 가장 이상하고 기괴한 연쇄 살인범인 '에드 기인' 이라는
인물이 그 모태가 된 것이다. 즉, 소재를 따오긴 했지만 그 소재를 가공하여 픽션적인
부분을 영화 전체로 옮기고 갔다고 보면 될것이다. 다른 논란은 뒤로 제쳐 두고서라도
중요한 부분을 따지자면 실화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지만 영화에 나오는 부분은 대부분
픽션으로 봐도 무관하다는 설정이 될 것이다. 실화라는 명목과 실화라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분위기, 그 뉘앙스는 단지 '공포' 를 가중하기 위한 하나의 아이템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메가폰을 잡은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연출보다는 <더 락>
<아마겟돈> <진주만> 으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선 마이클 베이의 제작참여로 화제를
끌어모은 영화의 내용으로 파고들어 가면 단순한 설정이 자리잡고 있다. 영화속
연쇄살인마 '레더페이스'의 탄생은 흡사 파트리트 쥐스킨트 원작 소설에서 영화화
된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의 비운의 주인공 그르누이의 탄생을 연상케한다.
뉴욕의 악취배인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생선 파는 아줌마 와 퀘퀘한 냄새와 고기썩는
냄새등을 연상케하는 도살장에서 고기를 자르는 아줌마의 느낌이 어찌 비슷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르누이의 주변사람들이 모두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듯,
레더페이스의 주변사람들도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다. 물론 다른 의미와 장르상
명백히 구분이 가능하지만 말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프리퀼격인 만큼 전편에서
전기톱 들고 날뛰던 살인마 레더페이스의 탄생에 중점을 둔 듯 그렇게 보여지지만
사실상 뚜껑을 열고 들어가 보면 그것도 아니다. 베트남에 자원 징병가는 형
에릭(매튜 보머)과 동생 딘(테일러 핸들리), 그리고 에릭의 여자친구인 크리시
(조다나 브류스터)와 딘의 여자친구인 베일리(다이오라 베어드)가 어떻게 희생
당하게 되는지가 주 포인트라고 해야 될것이다. 분명 '레더 페이스' 의 탄생을
그리고 있기는 하다. 단지 오프닝에서 살짝, 그리고 그의 인격형성에 가족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전편과의 연결요소로 '레더 페이스'의
가면이 누구의 것이고, 가족중 호잇 보안관으로 변모하는 과정과 삼촌이 두 다리를
잃는 과정을 넣어 전편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던 반신불수의 그의 연결고리를
넣어주고 있다. 영화의 장르상 기대할수 있는 것은 '호러' 에 맞물리는 '서스펜스'
다. 하지만 '서스펜스'를 기대하던 나는 전편보다 뒤쳐져 버린 영화의 실질적인
내용에 씁쓸하기만 했다. 무삭제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영화는 그로테스크한
슬래셔와 고어영화의 사실적인 재현과 잔인한 영상미가 충만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서스펜스' 는 영화의 중반에서 종반에 이르는 부분까지 '과연 서스펜스
를 느낄수는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루한 느낌을 준다. 분명 영화는
현대적 영상미로 잔인한 면을 전편보다 더 크게 부각시키고 있지만 그것이 주는
느낌은 '서스펜스' 가 아니라 그로테스크한 장면에 대한 거부감과 불쾌감, 혐오감
의 일종이다. 공포나 스릴러에서 맞보는 긴박한 추격씬조차 부재중 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서프라이징 효과만 올려서 긴장감을 충족시키려 하는 부분이 중간
중간 보이지만 거기서 느낄수 있는 것은 영화 <스크림> 의 중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식상함이다. <13일의 금요일> 의 제이슨이 오히려 '서스펜스' 적 효과를 더 부각
시켰다는데 손을 들어 준다. 음향효과적인 면에도 분명 긴장감을 살릴수 있는
부분에서 조차 제대로 표출해 내지 못한 부분또한 아쉽다. 솔직히 호러의 영화가
전해주는 것은 단순한 내용적 메시지가 아니다. 호러나 미스테리 스릴러같은 장르
가 남기는 것은 영화의 흐름을 쫓을 때 크지만 그 여운을 남기는 부류의 영화적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에 기초한 호러와 스릴러라는 장르를 내건대다
마이클 베이라는 거장의 참여에도 불과하고 영화의 긴장감 없는 전개와 고어물처럼
전락해 버리기만 해버린 불쾌감 지수를 높인 그로테스크한 장면들, 배우들의 개성조
차 살리지 못한 종반부분의 허탈감은 <데드 캠프> 와 비슷한 느낌, <힐즈 아이즈>
보다 낮은 점수를 매길수 밖에 없게 만든다. 고어적인 느낌만으로 그리고 프리퀼
이라고는 하지만 별로 의미없는 코드에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이 강한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