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 라이프>는 포르노 스타인 문(줄리엣 마퀴즈)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에게는 포르노 배우라고 하면 사람들이 으레 예상하는 과거의 상처 혹은 현실적 조건이 없다. 그녀는 과거에 폭행을 당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다. 물론 그녀가 돌봐야 하는 파킨슨병에 걸린 아버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그녀가 섹스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문이라는 여자는 세파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포르노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 별다른 억압기제 없이 자발적으로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를 보여주기 위해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며, 문의 내레이션과 함께 그녀의 일상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마치 포르노그래피처럼 그녀의 몸을 훔쳐보지만, 여기에 문의 이성적인 목소리가 개입하여 상황을 설명한다. 영화는 문에게 주어진 주변 상황을 통해 그녀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고, 그녀의 언어를 통해 그녀에게서 직접 듣는다. 그래서 문의 직업이 환상적인 관음의 대상이 되려는 순간,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현실이 끼어든다.
이를테면 문은 자신의 직업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아무에게도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는, 나름의 직업윤리를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문의 이러한 생각 역시 일종의 환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온갖 성적 질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포주와 다름없는 사장의 착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그녀의 현실을 환기시키면서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애인을 시험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 이래, 돈을 받고 의뢰인의 애인을 유혹해보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 일은 섹스 비즈니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하면서 그녀의 믿음을 균열한다. 또한 이 사회에서 그녀의 직업이 얼마나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섹스 비즈니스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의 삶을, 그녀의 시선을 중심에 놓고 전개하는 이 영화의 방식은 긍정할 만하다. 그녀를 천박한 이미지 대신, 지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평범한 여자의 이미지로 그려내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영화는 특별한 에피소드나 뚜렷하게 비판적인 사유없이 이미 우리가 다 알 만한 섹스 비즈니스와 여성의 관계를 그대로 전유함으로써 스스로 또 하나의 포르노그래피를 넘어서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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