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퀼은 그 장르를 불문하고 항상 뭔가 모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던 진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혹은 그에 수반되는 반전.
어쩌면 뻔한 우려먹기식 재탕이 될 수도, 혹은 새로운 해석이 될 수도 있는 것이 프리퀼의 과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제로>는 이전 작들을 본 나에게 만족할만한 긴장과 몰입감을 느끼게 해줬다.
앞으로 드러나게 될 사실들에 대한 중간중간의 사건과 상황 설정 그리고 보다 강도가 더해진 장면들.
하지만 더욱 맘에 든것은 그렇게 강도가 더해진 장면들에 겹쳐진 색감이었다.
피와 살이 튀기 마련인 슬래셔, 고어무비의 최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낭자한 선혈과 비명소리 등...
의아하게도 <텍사스...-제로>는 보고 난 뒤 그런 것에 대한 잔상이 남지 않았다.
황량한 70년대, 미국의 어두운 과거를 들춰낸 빛 바랜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던 것 같다.
단순한 살육과 엽기적인 만행으로 포장된 것이 아닌, 실화가 가진 무게감과 힘이 느껴진 영화.
베트남 파병과 경제공황으로 얼룩져 있던 그 시절 미국이 낳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연쇄살인극...
살인마 레더페이스가 전기톱을 든 체 텅 빈 도로를 걷는 그 뒷모습은
나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가장 끔찍하면서도 비장한 장면으로 남을 듯 하다.
이 영화의 제로(비기닝)는...
33명의 희생자에 대한 연쇄살인의 시작과 환경에 지배받은 잔혹한 인간상의 끝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헐리웃 공포영화의 변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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