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침몰]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 일본판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재난영화가 대게 그렇듯 이 영화도 재난 영화의 일반적 틀을 충실히 따라간다. 거대한 재난의 예고, 이에 대한 정부 또는 권력자의 안일한 사고 방식, 이로 인해 현실화되는 위험, 이 와중에 목숨을 걸고 재난으로부터 한 사회를 구원하는 영웅의 탄생... 그냥 시간이 남아서 별 생각없이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도 있는 영화였다.
[일본침몰]은 1973년 발표되어 4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는 고마쓰 사쿄의 동명 소설과 그해 만들어진 동명 영화를 뼈대로 한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다. 1973년 당시 개봉했을 때, 650만 명의 관객 동원, 400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작년 일본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 첫주에는 흥행 1위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일본 영화보다 우수한 흥행 실적을 거두었지만 영화적으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실제 일본인의 지진 또는 거대한 재난에 대한 공포는 꽤나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거대한 지진과 해일 등을 동반하는 재난 영화를 보는 그들의 시각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더군다나 그것이 일본이라는 영토 자체를 침몰시키는 데에야.....
어쨌거나 영화는 재난 영화의 일반적 틀을 충실히 따라가는데 만족하지 않고 여러 곁가지들을 덧붙인다. 동양적 정서에 기반한 가족의 얘기, 조상의 얼이 서린 곳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사람들, 엄청난 재난에서 싹트는 사랑 이야기 등등.. 문제는 여러 곳에 시선을 분산시키다 보니, 어느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차라리 정교한 CG를 통한 거대한 재난 장면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든가... (실제 그곳에 사는 일본인에게는 일본의 상징인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에 충격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수 많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통해 그 정도 수준은 많이 경험해놔서..)
아니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을 둘러싼 사람들 간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아든가... 그것도 아니면 일본을 침몰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마지막 방법인 N2 폭탄을 바다 밑에서 폭발시키는 부분을 집중해서 보여줬더라면 오히려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중간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엉뚱했으며, 정부의 책임자와 유일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자가 이혼한 부부라는 설정은 너무 식상했다.
영화의 산만함은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정말 걱정되는 건 일본의 주변국에 대한 시각의 문제와 영화가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보수 정서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우려였다. 한 인터뷰에서 히구치 신지 감독은 실제 일본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가장 가까운 한국이 도피처가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지만, 영화에서 한국은 일본의 도피처로 전혀 상정되지 않는다. 다만, 개인적으로 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정부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륙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실제라면 어느 정도의 인원의 정착과 중간 지착지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 국민을 살리기 위해 도피처로 삼거나 굴착기 원조를 기대하는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구 국가들에 한정되어 있다. 침몰해 가는 일본을 살리는 데 멀리서 찾아야 될 만큼 여유가 있나 싶었다. 아시아가 아니라 서구 국가의 하나로 인정 받고 싶은 일본의 내재된 의식의 발현은 아닌지 모르겠다. 머리를 조아리더라도 강대국에만 조아리겠다??? 거기에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 대피에 헌신적인 자위대의 모습은 자칫 자위대의 필요성과 역활 확대를 원하는 보수정치세력의 주장 확산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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