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선보인 강지은 감독의 사랑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담은 영화로서
오랜만에 신선한 한국적인 기본적 멜로 틀에 벗어난 동화같지만 정말 사랑이란
이런 느낌일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사랑방정식을 확인해 볼수 있었던
영화가 되었다.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의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도마뱀은 꼬리만 자르고 달아날수 밖에 없는 아리(강혜정)와 항상 기다리고
인내하는 사랑으로 지켜온 조강(조승우)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제작진들이 직접 관리했다는 도마뱀의 특별한 이미지는 영화의 상징적인
컨셉과 동시에 아리의 신비주의적인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시키는데 한 몫
했다고 느낀다. 암자에서 노란우비를 입은채 처음으로 학교에 나가던
아리와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에 가던 조강의
마주침은 특별한 인연이 된다. 아리의 흰색 투명한 아름다운 거짓말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 어린아이라도 믿기 힘든 거짓말을 믿어주는 조강,
순수한 조강과 아리는 서로에게 끌린다. 아리의 도마뱀을 찾기위해
비오는 와중에 논두렁에서 도마뱀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조강의
모습...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아리, 그녀의 암자에 기거한 서정스님
(이재용)에게 도마뱀 목각인형을 건네주고 결국 10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그리고 여름방학에 잠깐동안 함께 할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맞이하게 되는
조강과 아리, 둘은 한눈에 서로의 얼굴을 알아본다. 다시 하얀 거짓말로
조강의 마음에 수를 놓는 아리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그녀의 말이라면
미심쩍어 하면서도 다 믿는 조강의 모습, 정말 순수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동화속 한 장면을 보게 하는 영상의 마법에 매료된다.
둘만의 추억을 남기기엔 짧은 시간, 그녀와 함께 공부하면서 짧은
만남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조강과 아리, 둘의 기억으로 남는 사진
한장, 그리고 아리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초밥을 위해 집까지 가서
초밥 전문점을 하는 아버지에게 모의고사 10등안에 든다고 호언 장담하며
정성스런 초밥을 구해오는 조강의 순수한 정성과 사랑앞에 아리는
감동속에 조강에게 첫키스를 선사해 준다. 하지만 심한 감기에 걸린
조강을 두고 상처받은 듯 사라지는 아리, 그리고 아리의 거짓말을
그대로 기억한 조강은 버젓한 은행원이 되어 8년이란 세월이 흘러간다.
다시 조강앞에 나타난 아리는 미국행을 이야기하고 조강의 마음속에
상처만 남긴채 두 사람의 각자의 사랑에 대한 슬픈 이별을 하고 만다.
하지만 조강의 친구 준철(정성화)이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아리의
뒷모습을 목격한 조강, 그리고 자신이 아리에게 준 도마뱀 인형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 진실을 알기위해 목숨 버릴 각오를 하고 서정스님의
암자로 찾아가 진실을 듣는 조강, 교통사고로 에이즈라는 불치병에
걸려 버린 아리의 시한부 인생...조강에게 상처 주기 싫어 자꾸 꼬리만
잘라내고 사라져 버렸던 아리의 진심을 알게된 조강은 김은정이라는
사진작가로서의 아리를 만난다. 하지만 역시 그 아리는 자신이 알던
아리다. 하얀 투명한 거짓말은 여전하다. 조강은 아리를 놓지 않으려
한다. 아리도 그러고 싶지만 상처 주는 것이 싫은 그녀는 지금의
시간의 행복과 사랑의 기억을 조강에게 남기고 싶을 뿐이다. 다시
악화된 아리의 상태에 그녀가 얘기하던 미스테리 서클과 외계인의
우주선 이야기를 기억해낸 조강은 카페앞에 미스테리 서클을 혼신을
다해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미스테리 서클을 어둠속에서 밝힌채
아리와 함께 그 자리를 찾아온 조강, 자전거로 맴돌며 '사랑해'
외치는 조강과 '미안해' 를 반복하는 아리 둘의 사랑은 동화같이
순수하다. 서로의 마음은 눈물로 하나가 되고 그리고 기적같이
우주선이 찾아온다. 뒤돌아 보지 말라고 결국 사라지는 아리,
그녀가 웃으면서 보내줄거지 하는 질문에 그러리라 했던 조강의
눈물, 그리고 돌아보면 못떠난다는 아리의 눈물...결국 눈물로
이어진 서로의 마음에 대한 진한 사랑은 기적이 되어 아리의
흔적은 사라진다. <<아리조강>> 이라는 아리가 좋아하던 스시전문점
을 아버지와 함께 하는 조강, 그의 손에 들린 사진 한장과
목각 도마뱀,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랑의 기억...처음의 느낌을
간직한 사랑은 이처럼 동화같은 미스테리같은 반전의 결말을 보여주며
영화의 막을 내린다. 시한부인생이라는 한정된 소재의 틀을 바꿔버린채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로 색다른 연출의 묘미를 선보였던 강지은 감독의
힘과 주연배우들의 감정에 충실한 연기, 그리고 동화같은 이야기구성은
정말 사랑이란 이런 느낌, 그리고 이런 사랑의 방식도 있구나 하는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멜로로서 그리고 로맨스로서도 특별한 기억을
남기는 좋은 영화라는 개인적인 견해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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