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로빈 꼬시기가 벤치마킹한 대상은 한국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 할리우드와
워킹 타이틀의 공산품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정감있는 조연들에서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브리짓 존스’식으로 세공되어 있으며, 심지어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모습조차 실제보다 매끈하다. 이토록 잘빠진 스타일의 극점은 두명의 주연배우다.
제작진이 디자이너 숍에서 최고급 슈트와 세트로 주문한 듯한 대니얼 헤니는 뜬구름잡는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조각상처럼 빛이 나고, 엄정화는 관음증의 대상을 헤니에게
온전히 물려주고는 30대 전문직 여성 연기라는 자신의 장기에 열중한다. 근사한 두개의
피조물이 말도 하고 연애도 하는 걸 보고 싶은 관객에게 Mr. 로빈 꼬시기는 안성맞춤
데이트 영화다. 문제는 근사한 새 부대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묵은 술맛이다. 30대
M&A회사의 애널리스트 민준은 양볼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은 실수쟁이 브리짓 존스만큼도
자립적이지 못한데, 아무리 엄정화가 애를 써도 CEO에게 “사랑을 얻는 게임의 법칙을
알려달라” 애교와 투정을 부려대는 캐릭터는 잘난 교생 앞의 여고생을 연상시킨다.
한국영화 속 남자들이 찌질해지는 동안 여자들은 점점 유아적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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