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곤> 은 1983년생인 크리스토퍼 파올리니라는 미국 소년이 15살이라는 매우 어린 나이에 집필을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1백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유산> 3부작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감독은 일찍이 ‘터미네이터2’ ‘라이언일병구하기’ 등의 작품에서 시각효과로 이름을 알린 신예 스테판 팡메이어가 메가폰을 잡았고, 각본은 ‘쥬라기공원 3’ 의 피터 부어맨이 맡았다.
영화의 스토리는 대충 이러하다.
드래곤과 드래곤 라이더들이 지배하던 평화로운 세계에 언제나 그렇듯이 말 안듣는 한 놈(갈바토릭스-존 말코비치)이 나타나고, 미꾸라지처럼 세계를 어지럽히다가 라이더들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왕이 되어 세계를 지배한다. 그런 와중에 영화내에서 정체를 알기 힘든 여인(아이라-시에나 글로리)이 왕의 달걀을 몰래 훔쳐서 달아나고-이유가 제대로 안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쫓기는 와중에 그 달걀을 다른 곳으로 냅다 텔레포트(순간이동) 시켜버린다.
그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고있던 에라곤(에드워드 스펠리어스) 이라는 농촌소년이 사냥중에 우연히 이알을 줍게 되는데, 그 알에서 드래곤이 깨어나게 되고 귀여운 새끼에 불과했던 드래곤은 시험삼아 한번 날아본 비행에서 천둥, 번개를 통해 성장호르몬을 대량으로 투입받고 다 늙어서 주인공 앞에 다시 나타난다. 늙다리가 되어온 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이 사피라(목소리:레이첼 와이즈)라고 소개하더니 원숙한 여인의 목소리로(험상궂은 얼굴과 매치가 힘든) 주인공에게 자신을 올라타라고(?) 유혹한다.
한편, 미꾸라지는 자기 알을 찾아오라고 수하인 사악한 마법사(로버트 칼라일)를 들볶고 그 마법사는 그 아래놈들을 들볶는 전형적인 군대식 명령구조를 통해 처음에는 에라곤의 알을, 알에서 드래곤이 부화한 후에는 에라곤을 잡아 족치기 위해 꾸준히 부하를 보낸다.
그러던 중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괴물들에 의해 에라곤의 삼촌이 죽게 되고, 분노를 느낀 에라곤은 드래곤 부화시에 우연히 손바닥에 생겨버린 용모양의 상처를 보고 자기가 라이더의 운명임을 깨닫고, 일개 마을의 부랑자지만 무언가를 꿍하게 숨기고 있는 늙은이(브롬-제레미 아이언스)의 부추김에 드디어 사피라 위에 제대로 올라타기 시작한다.
이에 매번 실패만 하던 미꾸라지 집단은 약이 오를대로 올라서 마침내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는데..
안타깝게도 영화는 매우 불친절하다. 방대한 원작을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에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의 충분한 개연성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생략되어 버린 채로 영화는 진행한다.
촌놈 주인공의 라이더로서의 대변신은 단순한 운명론으로 설명 되어버리고, 왜 존 말코비치가 지니게 된지도 모를 도난당한 알에서 태어난 드래곤은 순식간에 엄청난 속도로(?) 늙어버리더니 주인공을 자신의 주인으로 떠받든다.
<등장 초기엔 귀여웠지만 갑자기 늙어버린 우리의 드래곤. 그런데 갑자기 왠 "너는 내 운명?">
부랑자로 나오는 제레미 아이언스는 꿍꿍이만 지니고 있다가 갑자기 에라곤을 돕더니 역시 아주 순식간에 그의 정체를 어리둥절하는 관객에게 ‘너넨 몰랐겠지만 난 실은 이런사람이야!’ 라고 하는듯 자신의 구구절절한 인생 얘기를 설명한다.
<판타지 작품 고르는 안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타까운 제레미 아이언스>
특히 험상궂은 얼굴만으론 전혀 성별을 알수 없지만 단지 원숙한 목소리만으로 암컷임이 설명되어져버리는 사피라(‘드래곤’ 과 레이첼 와이즈의 ‘섹시한 목소리’ 는 아무리 봐도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그녀(?)를 제외한 거의 유일한 여성캐릭터인 아이라는 왜 등장했는지도 모를만큼 아무런 설명없이 알을 훔쳤다가 뺏기고, 잡혀있다가 풀려나선 에라곤을 조금 도울려고 하더니(?) 말미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보다 더 어이가 없는 캐릭터도 있는데, 그는 머타그(가렛 헤들룬드)다.
내가 언젠가 ‘웃찾사’ 란 개그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보았던, 중절모자에 바바리코트를 입고 윤문식을 흉내내면서 ‘늘 자네를 지켜보고 있었네’ 라고 등장하여 동문서답을 하며 관객들을 웃기는 캐릭터가 있었다.
흡사 그 캐릭터처럼 머타그는 에라곤 앞에 갑자기 등장하더니 그를 돕는다. 문제는 별로 도움도 안될뿐더러 비중도 없으며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돕는 남자 조연이라면 ’반지의 제왕‘ 에서 나오는 ’레골라스‘ 처럼 매력이라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미안하게도 매력도 없다.
<머타그와 아이라, 이 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아니,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 자체가 전부 매력이 부족하다. 다 어디 다른 판타지물에서 본듯한 캐릭터들이 대다수이며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조차도 관객들의 눈을 끌만한 배우가 존재하지 않는다. (‘던전드래곤’ 에서부터 늘 판타지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는 것 같은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말코비치조차도 그러하다. 캐릭터에 배우가 묻힌 경우다.) 심지어 배역을 위해 18만 대 1의 경쟁률을 돌파했다는 주인공도 눈을 확 끌만한 특별한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상에선 엄청난 포스를 뿜어대는것처럼 보이지만 별 비중없는 존 말코비치>
또 재미있는건 ‘엘프어’ 를 전부 알아야만 사용할수 있다는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엘프어 한번 들어본적도 없는 주인공은 알지도 못하는 마법을 갑자기 마구 읊어대며 시연해낸다. 이 말도 안되는 설정은 극중에 제레미 아이언스의 주인공이 조금 무모하다는 한마디로 설명되어져버린다.
<순식간에 별의 별 고난이도 마법을 다 시연하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그 외로도 영화는 원작팬들이 아니면 이해 못할만한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이는 제작진의 원작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한 치밀한 각본 없이 단순히 유명 원작과 스펙터클한 시각효과를 섞어 한몫 벌어보겠다는 안일함과 무성의함을 엿볼수 있다. 영화는 헐리우드 대규모 판타지 영화의 단골 설정인 화려한 CG를 섞은 영화 마지막 부분의 대규모 전투씬만을 향해 무작정 달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의 전투씬 역시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으로 인해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들을 충족시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헐리웃 판타지영화의 단골 손님이 되어버린 마지막 대규모 전투씬>
영화는 3부작 소설 중 1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영화는 당연히(?) 속편을 암시하며 끝을 맺으며, 한편으로 깔끔하게 종결이 되는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실망을, 헐리웃 대규모 프로젝트의 속편을 기다리는데 익숙한 원작 팬들에게는 일종의 기대감을 안겨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지닐 관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반지의 제왕’ 이라는 한 시대를 풍미할만한 걸출한 판타지 영화의 등장 후에 이러한 안일한 판타지 영화의 ERA(시대) 는 이미 GONE(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명 |
에라곤 Eragon |
감독 |
스테판 팡메이어 |
주연 |
에드워드 스펠리어스, 제레미 아이언스 |
장르 |
판타지 |
주관객층 |
10대~20대 초반 |
영화의장점 |
1. 헐리우드 대규모 판타지물다운 화려한 CG, 스펙터클한 영상
2.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인 원작(비록 한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음)
3. 청소년층이나 어린이 관객들도 크게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을만한 쉬운 내용 |
영화의단점 |
1. 가장 큰 문제로서 밀도가 떨어지는 이야기 구성(방대한 원작을 1시간 40분가량의 짧은 영화로 만든 관계로 내러티브의 인과관계가 상당히 빈약함)
2. 전체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제레미 아이언스, 존 말코비치를 제외한 특별히 알려진 스타급 배우 출연의 부재, 신예인 주인공마저도 어필할만한 특별한 매력이 없다.) |
reviewed by 마르슬랭 ( http://blog.naver.com/gcityang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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