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잃는다는 거.... 두고두고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그 사람 과 같이 들었던 음악, 그 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 그 사람이 좋아 했던 날씨..... 그 모든 것을 볼 때마다 가슴 저편에 묻어둔 상처가 다시 헤집어지는 기분이죠. 그 사람이 타인이라면.... 적어도 언젠 가 잊혀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가족 이라면..... 그 빈자리는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가족을 잃는다는 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니까요.
환자의 넋두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 조반니. 그는 도대체 정 신상담 중에 무슨 딴청을 하는 걸까요. 그의 멍한 눈빛은 공허하면 서도 분노에 차있습니다. 바로.... 자신에 대한 분노죠. 얼마 전, 그 의 아들인 안드레가 스킨스쿠버 하던 중에 사고로 사망했거든요. 그런데 그가 왜 죄의식을 느끼냐구요? 사고 당일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던 그는 환자의 호출을 받고 급히 갔고, 아들은 친구들과 바 다에 갔다가 죽었거든요.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아들 을 보내야만 했던 아내 파올라와 딸 이레네.... 그들은 모두 심한 후유증을 앓아야만 합니다. 그토록 견고해보이던 가족의 울타리는 안드레의 빈자리로 인해 휘청거리기 시작하고 다들 슬픔과 분노 때 문에 방황하기 시작하죠.
만약.... 조반니가 환자의 요청을 거절하고 집에 남았다면 안드레는 사고를 안 당했을까요? 그건 아마 신만이 아실 수 있는 일이겠죠. 아마 조반니도 자신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하 지만 아무리 이성적으로 그렇게 생각해도 기억 속의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만약..이란 단어 역시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겠죠. 파 올라는 안드레의 여자친구에게 집착을 하고, 흔들리는 부모님의 모 습을 보면서 이레네 역시 가족의 울타리 밖에 그 분노를 제어해내 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죠. 자신의 책임은 아니지만 살아있 다는 사실 자체가 짐으로 느껴지는 시간만큼 고통스러운 게 있을까 요? 그건 아마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이겠죠.
난니 모레티는 그런 슬픔, 분노, 절망 그리고 극복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과장되거나 감정에 휘둘림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싱거운 거 같지만 보고난 다음 계속 잔상으로 남는 영화의 장면들은 이 스산한 계절 에 제 마음을 애잔하게 하더군요. 조반니 역할까지 무난히 해낸 감 독의 능력이 놀랍긴 하지만... 어쩌면 그 탓에 감독의 의도가 너무 잘 살아서 영화가 건조해 보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소재엔 감정 에 조금 더 묻히길 바라는 제가 너무 상투적인 걸까요? [아들의 방]의 이야기를 잘 살려준 영화음악도 이야기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네요. ^^;;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웃음과 슬픔이라는 주제를 잘 살려준 그답게 이번에도 상실과 극복이라는 주제 역시 너무나 잘 살려주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창 밖에 펼쳐진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 엔딩 크래 딧에서 나오던 브라이언 이노의 〈By this river〉를 라디오로 듣고 있자니 문득 슬퍼지더군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출시된 OST 엔 이곡이 빠졌답니다.) 언제나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데만 익숙하 던 조반니가 정작 자신의 소리와 가족의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처 럼 우리도 어쩌면 가족의 목소리를 잊고 사는지 모릅니다. 가족의 목소리를 생각하게 한 영화. [아들의 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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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2001, The Son's Room / La Stanza Del Figlio)
제작사 : Le Studio Canal+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제이넷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