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되는것은 이성간에 자리하는 궁극적인 감정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우정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은 이성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적 흐름이기에 그 변화가 시작되어버린 이후로 그 진행을 막을 도리는 없다. 다만 그런 변화에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감정의 이질적 변화에 비해서 당사자들의 익숙한 관계를 변화시키기는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정의 깊이를 사랑으로 변환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뭐 이 영화는 지극히 뻔한 러브스토리다. 결말의 해피엔딩을 예고해도 스포일러로 취급받을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뻔한 결론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건 본론이다. 결과보다는 그 결과로 다가가는 과정의 재미가 이 영화의 클리셰를 용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될 것이다.
뚱뚱한 몸 떄문에 놀림감이 되던 크리스(라이언 레이놀즈 역)는 고교 졸업으로부터 10년 후 환골탈태하듯 훤칠한 모습으로 변신하여 LA의 잘 나가는 음반사 매니저가 되었다는 설정이나 우연스럽게 고향인 뉴저지로 돌아가 자신이 10년전 사랑을 고백하고자 했던 절친한 이성친구 제이미(에이미 스마트 역)를 만나게 되는 과정은 영화가 의도하는 설정이며 이런 설정은 다분히 영화스러운 열악함을 동반한다.
다만 이 영화가 그 골격을 바탕으로 무언가 특별한 살을 붙일 수 있다면 그것은 웃음이다. 일단 이 영화는 웃음의 농도가 노골적이며 그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소 삼류적인 면모일지도 모르지만 슬랩스틱을 적절히 활용하는 웃음의 태도는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독특한 캐릭터들도 웃음의 기운을 형성하는데 한몫을 한다.
물론 그 웃음이 이야기의 진행까지 잡아먹지는 않는다는 것은 이 영화의 소극적인 미덕이다. 웃음을 끌어내는 상황극같은 에피소드의 진열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들은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먹는 우를 범하지만 이 영화는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가 탁월하진 못할지라도 그 진행성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 흐름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일지라도 그 수작이 그리 껄끄럽지 않은 것은 이런 류의 영화로부터 우리가 요구하는 기대치의 수준이 명확히 그 지점이기 때문일수도 있다.
이 영화는 그 기대치의 수준에 걸맞는 영화다. 적어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폭탄이었던 주인공이 킹카가 되어 자신의 옛사랑을 쟁취하고자 한다는 소비적인 일회성 이야기에 굳히 외모지상주의의 비판의 잣대를 들이미는 심각한 고찰따위는 필요없다. 그냥 웃고 즐기라고 말하는 것이 무지해 보일지라도 그 얄팍한 속을 우리가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웃음을 제대로 활용한 영화다.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말그대로 자신이 극장을 찾는 이유를 소비지향적 즐거움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그만큼의 역할 수행을 해내는 영화라는 것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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