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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in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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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21 오전 1:5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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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용가리] 용가리뼈는 통뼈야?
어렸을적, 심형래감독이 그 시절엔 에스퍼맨으로 나타나 옆구리에 피아노줄 묶고 아파트 사이를 누비던 그 영화 우뢰매를 너무 보고 싶어서 동네 영화관에 혼자서 갔던 적이 있었다. 아마 내 평생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일은 그 일이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내 기억으론 우뢰매 2탄이었는데 1탄을 못 본 것이 너무도 한이 되어,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을 몽땅 가지고 우뢰매를 보러 갔었다. 우뢰매는 정말 재미있었다. 어린 내 눈에도 우뢰매 로봇으로 나온 것은 프라모델인 것이 확실하게 보였었고, 합성장면 이라는 것도 어설프기 그지없어 에스퍼맨이 쏘는 광선은 손에서 먼 곳에서 나갔으며 그 광선이 맞는 부분도 폭발하는 불꽃과는 조금 떨어진, 그런 영화였지만 당시 우뢰매와 에스퍼맨, 그리고 데일리(내 기억으론 각 편마다 데일리는 달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연하다 얼굴도 기억안난다)는 모든 아이들의 우상이었으리라...
시간이 흘러 우뢰매에서 에스퍼맨을 하던 심형래씨가 감독이 되고, 영화 제작자가 되어 용가리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난 군대에 있어서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언론에서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국제적으로 얼마나 인정을 받았다는니, 심형래 감독은 신지식인 1호로 등록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왔지만, 나라에 충성하는 군인의 신분엔 용가리는 그림의 떡이었다. 드디어 "2001용가리"가 시사회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언가 운명같은 전율을 느꼈다. 드디어 내가 용가리를 볼 수 있겠구나. 화제의 그 영화, 용가리를...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정도 용가리란 영화에 대해 낮춰보는 시각이 있었다. 어렸을적 나의 기억에 심형래감독은 영구와 땡칠이의 바보같은 영구였고, 그가 만든 영화 티라노의 발톱 등은 직접 본적 없었지만 우뢰매이후 나온 실사합성 어린이영화의 여러 아류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배경 속에서 용가리는 충분히 여러 사람의 우려를 살 만 했다. 그 우려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음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될 때 많이 놀랐다. 용가리의 홍보용 필름(광고)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였지만 어떤 장면은 헐리웃 영화에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한 장면이었다. 그 그래픽은 매끄럽고 자연스러웠으며 특히 제로나인 엔터테이먼트의 로고는 그 어떤 영화사 로고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멋졌다. 심형래 감독이 그동안 그토록 노력한 것이 이것이었구나.. 이러한 작품을 만들려고 그동안 그렇게 힘들어했구나.. 영화가 시작되고나서 스탭과 출연진, 제작자등을 소개하는 자막역시 너무 멋졌다. 빽빽히 적힌 외계인의 문자를 비춰가는 화면위로 그 문자들이 변하면서 스탭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나타낼 때 "우리나라의 기술도 이제 많이 앞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그런데 좀 길기는 했다.) 영화속의 효과도 충분히 볼 만 했다. 용가리는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움직였고, 그와 대적하는 또다른 괴수와, 여러 비행기, 헬기들.. 그리고 특공대들.. 모두 비교적 멋졌다. 게다가 종반에 나타나는 스텔스기까지... 심형래감독의 그동안의 노력은 충분히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용가리의 문제는 다른점에 있었다. 먼저, 시나리오가 빈약했다. 이 문제는 어쩌면 제작비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영화치고는 대단한 액수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그 돈이 고스란히 특수효과에 들어갔으니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 구성과 비슷한 장면의 반복(이 역시 제작비의 영향이었겠지?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왜 그리 전투기들의 미사일은 그 큰 용가리의 몸을 가뿐히 비켜나가는걸까? 그것도 번번히..) 계속 무너지는 빌딩들.. 전혀 변화없이 계속되는 장면만이 있을 뿐이었다. 용가리를 계속 파내려는 박사의 대책과 목표없는 욕심에, 그것을 저지하려는 휴즈박사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용가리의 발굴을 저지한다. 단지 큰 재앙이 내릴것이라는 한마디 말로... 게다가 용가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인간의 편이 되는 장면이나, 용가리의 라이벌 괴수가 용가리에게 당하자 곧바로 도망가버리는 외계인들... 자연스럽지 못한 연결들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났다. 다음으로 출연진의 문제이다. 용가리가 겨냥한 시장은 외국시장이라고 들었다. 그때문인지 출연진 모두가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그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오히려 에스퍼맨 할 때 심형래가 더 나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그 연기에 충실했었다. 물론 이 문제도 제작비 관계가 있었으리라.. 세 번째로 영화의 주 관객의 문제이다. 이 영화의 대상이 누구인지가 불분명하다.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조금씩 섞여있고, 그렇다고 성인이 대상이라기엔 유치하다. 결국 아이도 보기 어렵고, 어른도 재미없을 그런 영화가 된 꼴이다. (청소년이 있지 않냐고? 요즘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수준이 높다..--;;)
딱히 꼬집을 만한 문제는 이 정도이다.(좀..많았나--?) 사실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아쉽다는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효과적인 면에서는 이미 어느 선에 오른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우리나라 감독에 우리나라 제작자의 작품인데 한두명 중요인물에 한국인을 넣었어도 좋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용가리가 국제적으로 유명해 진다고 해도 사실 이 영화속에서 한국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헐리웃의 저예산영화정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헐리웃 영화에서도 동양인 한 두명 끼워넣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인데 말이다.. 아무튼,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용가리.. 비교적 재미있는 영화였다. 심형래감독의 집념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정말 용가리 뼈는 통뼈일까? 영화속에서 용가리의 뼈가 나오긴 했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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