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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된장 맛 내 남자 길들이기
kharismania 2006-11-15 오후 4:23:08 931   [3]
대한민국 여자에게 가장 끔찍한 대화거리를 꼽아보라면 남자들의 군대이야기와 축구이야기가 일각을 다툰다. 하지만 축구가 여자들로부터 박대받던 이야기라는 사실은 근래 들어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남성만이 아닌 여성들도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가하던 박해를 거두고 호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로 확실히 축구라는 스포츠가 널리 전도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스포츠는 사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된 올림픽도 시초에는 남성들만의 권한이었다. 아무래도 여성들에 비해 신체적인 조건이 월등한 남성들만이 스포츠라는 종목에 어울리는 자격을 지녔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몰라도 시작은 그랬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선수들이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벗은 몸으로 행해졌는데 그것은 선수들의 탄탄한 근육에서 나오는 근력적 생동감마저도 즐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조각상에 여성보다도 남성의 조각상이 많은 것은 이런 가치에서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서 스포츠의 성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물론 여성과 남성의 경계는 유지하지만 더이상 하나의 성이 그 행위를 독점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전히 비율적인 우세는 남성에게 기울어지지만 행위의 균등함은 수평을 이룬다.

 

 여기 축구를 사랑하는, 아니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만 같은 사내들이 있다. 그들은 주말만 되면 그라운드에 모여 공을 찬다. 에마95라는 이름에서 추측되듯 95년도부터 전통을 이어온 듯한 아마추어 팀의 일원으로써 자부심을 느끼는 팀원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자부심을 떠받든다. 하지만 그네들의 그런 자부심앞에서 묵묵히 관전의 의무를 행해야하는 그네들의 배우자들은 즐긴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만 같다. 유럽의 빅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의 모국인 독일이라고 해서 모든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축구광 남편들에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여성들에게 축구는 벗어날 수 없는 늪과도 같아 보인다.

 

 시작부터 영화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사내들의 경기를 보여준다. 마치 오합지졸과도 같아보이는 사내들 가운데서 군계일학과도 같은 발놀림으로 선수들을 유린하던 에마95의 스트라이커는 경기중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는다. 고향을 떠나 애인떄문에 축구도 지운채 살아가던 폴(크리스티안 울멘 역)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때문이다. 스트라이커가 사라진 팀에 그의 능력이 절실했고 그는 애인을 거짓말로 권유해 고향에 내려가 에마95의 일원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의 연인인 안나(노라 치르더 역)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일뿐이다. 축구를 증오하는 그녀에게 그의 복귀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그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에마95에 대항해 성대결을 제시한다. 그녀들의 지긋지긋한 축구 탈출을 위한 한판 승부를. 

 

 일단 이야기 자체는 예상가능한 2개의 결말론을 지닌다. 결국 이기거나 혹은 지거나인데 그 두가지 결말론에서 이 영화에 어울리는 연역법은 영화자체에서 필요로 하는 승리의 대상은 지정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속이 들여다보이는 이야기의 흐름이 이 영화가 추구하는 장기는 아닌 듯 하다.

 

 중요한 건 승부라는 그 행위로부터 나타나는 흥미로움인데 남녀의 성대결, 그것도 축구라는 종목을 통한 승부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야기는 흥미롭다. 남성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축구를 방종하던 여인들이 직접 몸으로 축구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그녀들만의 팀웍이 형성되고 FC Venus라는 팀이 성립된다. 그저 타성적인 관람안에서 행위의 본질과 거리감을 두던 제3자의 그녀들이 자성적인 행위로 인해 그 본질적 쾌감을 만끽한다. 그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축구는 더이상 그녀들에게 지긋지긋한 타도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들의 변화과정을 통해 마치 성장기의 흐믓함이 배어나옴과 동시에 하나의 관념에 대항하는 듯한 반항적 쾌감의 기대감이 형성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낯선 독일어발음만큼이나 독특한 정서가 담긴 영화 그 자체이다. 낯설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기 힘든 거부반응으로 결론지어질수도 있지만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신선함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이영화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한 마을의 이웃들간의 관계로부터 불거져나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웃음의 파장은 소박한 훈훈함을 지닌다.

마치 그들의 진솔한 삶의 내음이 풍기는 이 영화는 마치 독일에서 만든 된장맛과 같은 그네들만의 구수한 정서가 아닐까.

 

 다만 마치 할리웃산 로맨틱코메디와도 같은 국내 배급사에서 갖다붙인 싸구려같은 제목은 이 영화와 무관한 유감이다. 적어도 원제인 FC Venus의 의미가 지닌 것은 축구를 통한 여인들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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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길들이기(2006, Fc 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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