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낭만의 도시 프라하. 물론 공산정권의 독재와 치열했던 전쟁의 시절을 몸으로 맞아가며 겪어야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먼 이방의 우리에게 프라하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우아하고 로맨틱하다.
할리웃산 수입품과 그에 맞서는 충무로산 국산품이 즐비한 극장에서 이미 두 갈래의 선택길이 닳고 닳아 지겹다면 이 영화는 눈길을 끌만 하다. 동유럽에 자리잡은 체코에서 만든 로맨틱 코메디는 핑크빛 물음표를 입에 문채 이국적인 자태로 관객을 유혹한다.
일단 이 영화는 제목처럼 -물론 국내 배급사에서 각색한 제목이지만- 상큼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마치 체코산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보듯 그녀들의 내숭없는 수다는 솔직담백한 웃음을 연발한다. 라우아(주자나 카노츠 역)의 연애담을 필두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녀의 주변인물들, 그녀의 어머니 야나(시모나 스타소바 역)의 남성관과 그녀의 친구 잉그리드(라카 네게소바 역)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풍성한 맥락적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주화자가 되어 진행되는 영화의 시선은 고백담을 옅듣는 것같은 은밀한 재미를 준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중심소재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어느 로맨틱 코미디와 비슷한 노선의 이야기맥락이 취해지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할리웃식도 충무로식도 아닌 동유럽의 이국적 정서는 그런 이야기 흐름안에 뚜렷한 차별성을 부여한다. 색다른 체코어의 발음만큼이나 낯선 영화의 배경은 동류의 소재를 취하는 할리웃 영화공장의 이야기와는 다른 신선함과 기발함이 발견된다.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과 같은 순발력있는 유머감각과 기발한 상황전개력을 무덤덤하게 밀고 나가는 화법의 일관성은 색다른 발견이자 모험같은 선택을 한 관객에게 부여되는 보답이다.
일단 이 영화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의 호응도가 높아 폐막앙코르 상영을 했다는 사실과 체코 내에서 할리웃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큰흥행을 했다는 주석을 단다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상승할지 모르겠지만 굳히 그런 사실을 숙지하지 않더라도 이국적 정서의 색다른 묘미를 만끽하고 싶은 이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상큼발랄한 남성편력의 수다안에서 옅보이는 영화속 여성들의 모습은 결국 진실한 사랑을 찾아 떠도는 사다리타기처럼 흥미롭다. 이 로맨틱한 유러피안적 로맨스는 진부함보다는 도발적인 눈빛을 취하고 있다. 솔직담백한 수다처럼 왁자지껄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로부터 전해지는 유쾌발랄한 재미와 진솔한 훈훈함이 준비된 이국적 로맨스는 색다른 기대를 품은 관객을 위한 성의가 되어있는 것 같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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