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 본 영화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사실 필자는 9.11이나 이라크 전에 별 관심이 없다. 물론 9.11이나 이라크 전이 일어났을 때 기사들은 보긴 했으나, 그 이후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가끔씩 미군이나 영국군이 '포로를 폭행하고 강간했다.'라는 기사가 나와도 별다른 감흥 없이 그냥 지나쳤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보곤 그 때 내가 왜 아무런 생각없이 그런 기사들을 보았을까라고 원망을 했다. 더군나나,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는 거의 없이 단순히 시놉시스만 읽고 영화를 보았으니, 필자의 분노는 더더욱 컸다. 오죽하면 제목을 보고 '세 명의 청년이 자신의 이상향인 관타나모로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겠구나'라고 생각을 했겠는가.
이 영화의 처음. 부시 대통령이 '그들은(아랍인) 모두 나쁜놈입니다.'라고 시작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형식을 병행하며 전개하고 있는데, 사실 어느장면이 다큐멘터리이고 어느 장면이 극영화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인 영상 뿐이었다.(주인공들을 학대하는 장면을 미군들이 직접 찍었다면, 이 영화는 극영화 방식도 취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나나, 직접 그 참혹한 학대를 당한 1인칭 주인공들이 나레이션을 사용하여 자신의 그 지옥과도 같은 체험을 직접 말하니까 사실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파키스탄계 영국인인데, 그들은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친구와 같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그러나, 거기서 주인공들은 원치않게 알 카에다로 찍혀서 미군에게 억류당하여 폭행과 같은 모욕을 당한다. 이 과정에서 미군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미국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가 모든 아랍인이 가세를 한 것인가? 아니다. 몇몇의 아랍인들만이 관여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에선 아랍인들 모두 테러에 가담한듯인양 눈에 보이는 아랍인을 모두 경멸하고 폭행하는 광경을 보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장님이 코끼리 코를 만지면 그것이 무엇인 지 모른다'라는 말처럼, 미국은 단순히 아랍이라는 거대한 한 민족중에 한 부분만을 만지면서 그것이 전체인듯양 대충 얼버무려버리는데, 영화는 이런 미국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세 청년은 정말 영문도 모른채 구타와 폭행을 당하고, 그들에게 돌아오는 질문은 '알 카에다 였는가?' 혹은 '빈 라덴이 어디있는가?'일 뿐이다. 그들은 아니라고 답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구타뿐이다. 과연 이런 물음이 소용이나 있는 것일까? 만약 알 카에다 였으면 주인공들을 죽이기라도 했을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계속 심문을 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캐내려고 그들은 또다시 폭력을 일삼았을 것이다. 미군이나 영국군은 계속하여 '협조하면 풀려날 수 있다' 혹은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라고 하는데, 그들은 계속하여 똑같은 질문만을 할 뿐이고, 사생활을 조작까지 하는 등. 도저히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짓들을 일삼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경찰'이라고 떳떳하게 말한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폭력해도 되는 것인가?
심문을 하러 갈때마다 몸 수색을 하고 수갑을 채우고, 아랍인들을 바닥에다가 쓰러트려놓고 간다. 또, 매일같이 주변을 수색한다. 그들은 애초부터 무기나 흉기를 전부 반납한 상태고, 위험한 요소도 전혀 없는데 이런 행동을 매일 같이 한다. 오히려 총기를 들고 아랍인들을 위협하는 미군들이 더 위험한 사람아닌가? 그 때, 럼즈벨트 국무부장관이 '더 나쁜놈들을 고르는 중입니다'라는 연설이 나온다. 누가 더 나쁜놈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또, 관타나모 기지로 아랍인들을 후송할 때 '우리는 포로들에게 최대한의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라는 연설이 나온 후, 포로들은 개 우리에 들어간다. 이것이 편의와 안전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영화다. 이 때까지 본 영화 중에 가장 많이 울었다. 아무 죄 없이 학대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쏟아졌다. 어떻게 인간이 저리도 잔혹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치의 용서도 없이. 사우디나 중동의 석유업체들이나 재벌가들에겐 엉덩이 툭툭치면서 잘해보라고 돈도 건네는 미국정부가 아무 죄 없는 아랍인들을 '너희들은 세계 평화를 방해한 인물들이다'라고 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났다.
영화의 마지막, 세 명의 주인공은 무혐의로 풀려나고, 결혼식을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아프가니스탄으로 간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지옥과도 같았던 생활도 다 경험이었다고 하면서 웃고 넘긴다. 어떻게 그런 모욕을 당했는데도 저리도 평온 할 수 있을까. 항상 '저 망할 아랍인이 날 죽일 지도 모른다'라고 경계하며 불안해 하는 미국인들과 어찌도 저렇게 다를까. 인종 차별을 하지말자고 미국 법에도 나와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인종 차별을 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니 얼마나 세상이 무서운 지 치를 떨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6년동안 영화제를 다니면서 본 영화 중 최고이다. 그리고 극장 개봉하면 무조건 보러 갈 것이다. 이 분노로 가득차고 들끓는 영화를 관객들이 박수를 친 다는 말은 이 분노를 관객들이 공감했다는 말이다. 용기로 가득찬 연출을 한 마이클 윈터버텀 감독에게 박수를 본내다.
P.S - 역대 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았던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유의사항 - 다큐멘터리형식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관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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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만은 - '더 이상 당신 말들을 듣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욕을 하는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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