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은 거의 촬영 스케줄표하라고 할 수 있고 그냥 블랙코미디 요소를 넣은 영화학도들의 오마주나 장난질일 수도 있고, 어떤 타깃을 둔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앞서 말했지만 각본은 촬영 스케줄이나 다름없는 형식적인 것에 가깝고 우리는 보면서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과거를 답습하면서 어떤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어떤 발악을 보여주는지 구경만 하면 되는 거지. 헬레나와 남자가 헌집 안에서 보여준 턴테이블 시추에이션이나, 헬레나가 중도에 만난 마을 청년이 자기 집 근처에 만난 괴기스런 남자의 부인의 몰골을 보고 좀비로 오인해서 죽이려든다던가, 우린 그 부분에서 피식 웃어주면 되는 거야.
동선이라던가 시간차가 안 맞는 씬의 연결은 물론 후딱후딱 촬영하고 후딱후닥 편집하다보니까 빚어지는 거의 반은 예상하고도 의도적으로 만든 연출자의 의지도 분명 있는 것이고.
이런 거에 굳이 욕을 하고 뭐할 필요도 없지. 어떠한 의미에서건 확신한 무언가를 건져볼려고 이런 걸 접하는 건 아니닌까.
그나마 흥미로웠다면, 헬레나가 폐가로 달아나는 장면, 스테디캠으로 찍은 악령의 추격 효과같은 건데, 이블데드를 연상시키더군.
또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게 좀 마음에 들었지, 영문도 모를 처음 장면이 나온 후, 다시 평범한 일반인의 집으로 돌아가 그 집 아저씨가 밖으로 나가 좀비에게 죽임을 당하는 시퀀스인데, 긴 롱테이크 갔더만, 모르지, 어둡고 컴컴해서 편집을 통해서 이어붙인 시퀀스였을 수도 있지만, 하여간 나름대로 오프닝은 산뜻했어. 조명 확줄이고 긴장감 조성하면서 확 나타나는데, 연출적으로는 성과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씬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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