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드라마 작가나 영화감독은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다. 바로 `불치병`이라는 설정이 그것인데 `불치병`이 실생활에서도 적지 않고 당사자의 슬픔이 큰 만큼 소재로 쓰기에도 적절하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불치병`이 남발되다 보니 `약발`이 먹히지 않고 오히려 식상하고 유치하다는 평가까지 받기 때문이다. 도마뱀의 강지은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하여 지나친 강박관념을 가진 것 같다. 특히 끝부분에서 이러한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에이즈라는 불치병으로 죽는다는 스토리에 괜한 미안함이 들었는지 여주인공을 외계인으로 만들어버리고 나중에는 UFO를 등장시키는 과감한(?) 설정을 하게 된다. 물론 외계인과 UFO는 여주인공의 속상함과 아픔을 가려주고 묻어두는 장치라는 것을 관객은 모두 알 것이다. 그렇지만 감독은 혹시나 관객들이 못 알아먹을까봐, 혹은 "또 불치병이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지나치게 미스터리 써클 씬의 비중을 높이고 말았다. 다행히 UFO를 출현시키지 않아서 관객들의 집단 실소를 막은 것은 잘한 일이다. 은유적 표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여지를 주어야 한다. 즉, 약간의 힌트정도만 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은유를 납득시키려 하면 그것은 나레이션과 다를 바 없다. `불치병`이라는 소재를 당당히 사용하라. 불치병은 주위 사람들에게 이별을 예약하는 매우 슬픈 병이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주위 사람에게 아픔을 주기 싫은 환자의 마음을 설득력있게 표현한다면 누가 식상하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