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톤 베리에 대한 찬사나 미화 따윈 없다. 다만 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축제가 변해가는 과정을 묵묵하면서도 생동감있게 잡아낸다. BBC방송의 공식방송기록과 영국영화협회로부터 제공받은 1920년대의 글래스톤베리 영상, 그리고 축제에 참가했던 이들로부터 건져 낸 셀프카메라, 깔끔한 편집과 조악한 생생함이 공존하는 이 영화는 그 30여년간의 연대기를 2시간여의 시간안에 담아내야 하는 긴밀한 작업이었음이 분명했다. 또한 많은 자료중 필요한 자료를 추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테다. 어쨌든 영화는 그 방대한 자료들을 버무리고 템플 감독이 직접 이비스와 함께 축제현장을 오가며 나눈 인터뷰내용까지 곁들인채 다양한 시각에서 축제를 조명한다. 망가져가는 성지에 대한 우려때문에 축제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서머싯 고장의 엄격한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조차도 그대로 카메라는 비춘다. 비가 내려 진흙밭으로 변한 농장바닥에서 진흙범벅이 되어도 축제의 열기안에서 행복에 마냥 젖은 관객의 모습은 이와 대칭점을 이룬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축제를 즐기는 이와 축제를 거부하는 이들의 모습은 모두가 글래스톤 베리의 생생한 진실이다. 영화는 그런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