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란 나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 전세계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나라.. 공산주의 속에서 자본주의를 도입한 나라.. 그렇기에 빈부차이가 심한 나라.. 뭐 커다랗게 보고자 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를테구.. 가볍게 보자면 산해진미가 가득한 중국요리라던지.. 지구 밖에서도 보인다는 위대한 구조물인 만리장성.. 영화 패왕별희를 낳게한 경극 등의 문화적 자산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중국은 이제 이어져오던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조금씩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힘을 길러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몇세기 전에 누렸던 찬란한 영광의 시대를 다시 도래하고자 약간의 부작용까지 감수하면서 개혁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 북경자전거에는 이러한 중국이 겪고있는 고민과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두 소년과 한 자전거를 통해서 말이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듯한 촌스럽고 꾀죄죄한 소년들... 그들은 가난을 떨쳐버리고 윤택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않고 할 각오가 되어있는 듯 하다.. 그들은 신개념의 자전거특송회사의 배달원으로 취직이 되고.. 이들 틈에는 고지식하다할만큼 성실하고 순수한 외곬수 소년 구웨이도 끼어있다.. 그는 취직을 한것도 좋았지만.. 3단기어가 장착된 최신식의 은빛자전거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 보인다.. 그렇기에 올이 다 풀리고 너무 낡아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남질남질해진 조끼를 끼어입어야하는 날씨에도 구슬같은 땀을 뻘뻘 흘리며 패달을 밟아대는 것이리라.. 이런 구웨이.. 이제 하루만 더 일을 하면 자전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그 역사적인 날에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구웨이... 처음으로 자신의 소유의 물건이 탄생하는 순간인데.. 이 자전거가 어떤 것인데.. 목숨보다 소중한 소유물도 찾고 잃어버린 직장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거리를 헤매며 자전거를 찾아다닌다..
거리거리 자전거의 물결 속에 외제차가 간간히 눈에 띄고... 서방에서나 익숙함직한 고층빌딩들이 거리를 메워가고 있는 북경에.. 아직은 입구가 하나뿐인 작은 집에 여러 가구가 같이 북적대며 거주하는 틈에 소년 지안이 살고있다.. 집안 형편상 자전거가 사치이기는 하지만.. 한창 일고있는 서방의 물결은 북경소년들에게도 예외는 아닌지라.. 힙합과 영어가 프린트된 옷을 즐겨입고 DDR을 해대고 자전거묘기를 연습해대는 소년들에게 자전거는 친구들 사이에 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도구이다.. 그렇기에 지안은 여동생의 학비를 훔쳐내어 썩 맘에 드는 3단기어가 장착된 은빛의 중고자전거를 구입하게 된다.. 이제 그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데.. 아리따운 여자친구 지아오도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맘껏 묘기를 연습하며 뽐낼 수 있고.. 밤잠까지 설쳐가며 자전거를 타는 지안에게 더이상의 행복은 없는 듯 했는데..
어느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남루한 소년이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가고.. 도리어 그 자전거는 자신의 것이라 주장을 한다.. 구웨이와 지안 서로 자신의 자전거임을 주장하며 팽팽한 대립을 펼치고.. 쫓고 쫓기고.. 때리고 맞고.. 결국 그 둘은 자전거를 공유하는 타협점을 찾아내게 되는데.. 이 역시 그리 만만한 일만은 아니다...
영화 북경자전거.. 제목이 시사하듯이 이 영화는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이다.. 두 소년과 한 자전거를 통해 중국의 현실을 투영해내고 있는 것이다.. 구웨이는 비록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도심가를 달리고는 있지만.. 그는 여전히 가난하고 맹물인 시골청년이고.. 지안이 아무리 좋은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어울려 힙합을 입고 DDR을 밟아대도.. 그는 한달 월급을 어렵게 쪼개써야하는 한 평범한 중산층가정의 소년일 뿐이다.. 아무리 중국이 자본주의를 도입하여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계층만이 부를 누리고 축적할 뿐이지... 대부분의 서민들은 여전히 가난한 것이다.. 아마도 자본주의의 폐단이 먼저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단조로울만치 절제된 대사와... 느릿느릿한 화면.. 자전거가 달릴 때를 빼고는 속도감이란 전혀 느껴지지않는 정적인 장면의 전개.. 그렇기에 이런 담담함이 답답함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관조적인 자세가 오히려 강한 개혁의 의지를 나타내는 반어법으로 보이기도한다.. 그래서 구웨이는 번번히 자신의 완전한 소유가 되려는 자전거를 잃지만.. 끈질긴 집념으로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결국 너무 망가져서 만신창이가 된 자전거를 묵묵히 들쳐매고 걸어가는 구웨이의 모습이 그런 것을 잘 표현한 마무리일 것이다.. 아무리 서강의 자본주의를 도입해서 부작용이 일어날 지언정... 우리 중국은 잡초같은 끈질김을 지닌 민족성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서 나아갈 것이다라는 굳은 의지의 표명..
유유히 꾸준히 흐르는 물은 단단하고 강한 돌을 고운 모래로 만드는 법... 침묵의 화법으로 많은 소리를 담아낸 북경자전거.. 그냥 보기에는 지루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신선로같은 고풍스러움으로 입맛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