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배우는 이 영화에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단지 이 영화가 비상업적 목적을 띠고 있음에 이유를 두기 보다는 이 영화에서 뚜렷한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점과 일맥상통할지도 모른다. 상황을 제압하고 안도할 수 있는 해피엔딩을 만들어 낼 위기의 영웅따위는 영화 밖의 현실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 어느 한 사람의 가공할 능력으로 이 무시무시한 상황을 되돌리긴 힘들다는 것. 두려움에 떠는 그들이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자신들의 집단 의지이자 생에 대한 욕구라는 것.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 행위는 결코 영웅적이지 않은 진솔함을 머금는다. 또한 실제 9.11테러당시 미 연방항공 책임자였던 벤 슬리니와 미북동 지역 방공사령부 제임스 폭스 중령 등의 관계자가 직접 자신을 재현했다는 것도 이영화의 기억에 진실성을 얹는다.
'블러디 선데이'를 통해 진실에 다가갔던 폴 그린그라스 감독의 탐구력은 좀 더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워졌다. 마치 블랙박스안의 기록을 씹어삼키듯 봉인된 기억을 하나하나 서서히 풀어헤치는 그의 화법은 관객을 차근차근 첨예하게 진실에 대한 침묵스러운 애도의 장으로 잠기게 한다.
코란을 믿는 알라의 아들들도 성경을 믿는 야훼의 자식들도 모두 다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신은 없었다. 과연 신은 그들의 기도를 들었을까. 그곳에는 어느 누구의 구원도 존재하지 않은채 비통한 잔해만이 뒹굴었다. 과연 그들의 신념은 누구의 편이었던가. 결국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인간으로써 지녀야하는 신념과 갈망되는 마지막 생애의 욕구 한가운데서 발버둥치던 이들의 모습이 처절한 건 그들이 그토록 믿고 서로를 경멸하게 만든 믿음의 행위가 구원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믿음에 대한 배신보다도 그런 믿음에 인간을 보지 못한 채 사는 주변의 모습이 더욱 처연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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