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어느날 갑자기 세번째 이야기>
여학생 전용 재수 기숙학원에 들어와 한방을 쓰게 된 유진, 은수, 보람, 다영. 숨막히는 분위기에 적응도 힘들고 각기 다른 성격에 네 명도 원만히 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갑갑한 학원 생활을 가장 힘들어 하는 유진에게 예전에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환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몇 년 전 이 학원에서 있었던 끔찍한 화재사건. 유진은 점점 공포에 빠져들고 친하게 지내던 네 명 사이에도 성적 등의 문제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학생 전용 재수 기숙학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먼저 밝힐 것은 이 영화가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공포영화하고 떠올리면 생각나는 자극적인 사운드나 화면, 급전환 하는 장면들이 많이 부족하다. 다시말해서 우리들이 여러 여름 공포영화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공포를 이 영화를 통해서는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시작부터 아예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에게 주고자 했던 공포의 메시지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입시를 준비하는... 한번의 입시에서 실패한 여학생들이 재수학원 다니는 것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나도 작년까지만해도 영화에서와 같은 생활을 했었다. 남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해야하고, 정답을 위해선 내가 그렇게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남들이 정해놓은 생각을 따라가야하고... 그리고 우리들은.. 아니 우리 사회에서는 남들이 다하는 그러한 과정에서 남들과 뒤쳐지는 사람들에게 '실패자', '낙오자'란 이름을 붙히기 일수다.
영화는 우리나라 입시제도 아래 친구를 적으로 생각해야하고 온갖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올 수 있는 공포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은 다 '최선'이라는 미명 아래 '최고'만을 바라는 우리의 경쟁사회에서 만들어진 공포일 것이다. 우린 어릴때부터 '경쟁'을 끊임없이 하며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남들과 같은 공부를 하고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며 남들과 사회를 이루려 한다. 우리들이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 하나 없이 우린 지금까지 순순히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 단순히 '남들이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남들과 같이 하면서 그런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서로 헐뜯고 짓밟으려 든다.
이 사회는 단순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되 '최고'인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실력주의, 물질주의, 경쟁주의 속에서 우린 우리들의 모습 속에 숨어있는 잔혹한 모습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잔혹함은 그 어떤 피비릿내보다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놈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공포를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들이 무서운 생각을 하거나 어두운 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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