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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북경자전거>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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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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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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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7 오전 11:1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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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자전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다. 가정형편도 고달프고, 자전거 한대에 목숨걸듯 집착하는 구웨이와 지안도 고달프다. 거기에더해 여자문제마저도 두 젊은이들을 고달프게 한다.
북경이라는 도시의 삶은 2001년 한국 서울에서의 삶과 많이 다른것 같다. 거리에 고층빌딩이 들어서있지만, 그 건물 뒤에 숨어있는 거의 쓰러져가는 수십년된 낡은 집들과 조그만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에서의 빈곤한 삶은, 성장하는 중국의 모습뒷면의 고달픔을 보여주고 있다. "북경 자전거"는 그렇게 잘나가는 중국보다는 고달프게 살아가는 북경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그네들의 필수품인 자전거로 잘 표현해낸 수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다.
구웨이는 집안 형편때문에 북경에 와서 자전거 특송업체에서 일을 한다. 그렇게 취직한 회사에서 지급해준 자전거는 그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그런 자전거를 물건 배달하러 갔다가 잃어버리고는 그 자전거를 찾기 위해 북경시내를 헤메게 된다. 지안은 상고에 진학하면 사준다는 자전거를 동생 학비때문에 사지 못하자 부모 몰래 자전거를 산다. 돈은 어디서 났을까? 하여간에 그렇게 자전거를 구하고나서 예쁜 여자친구 '지아오'를 사귀게 된다. 당연히 지안이 산 자전거는 구웨이가 잃은 그 자전거이고 그 자전거를 둘러싸고 지안과 구웨이는 계속 자전거를 뺏고 빼앗기는 상황을 연출하다 결국 그 자전거를 공유해서 쓰는 방법을 택한다.
이런 설정은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과 비슷한 설정이다. 천국의 아이들에서는 오빠와 여동생이 운동화 한켤레를 가지고 서로 바꿔가며 신는 상황이 생기는데, 북경 자전거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 된다.
그러나, 북경 자전거와 천국의 아이들은 분명 그네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에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천국의 아이들이 보는 삶은 "그래도 삶은 희망적이다"라는 생각이지만 북경 자전거의 삶은 "삶은 고단한 채 계속 흘러간다"라고 말할 수 있다. 북경 자전거에서는 그런 비관적 시각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구웨이는 어느날 길건너의 고층빌딩에서 예쁜옷을 입고 창가에 서서 차를 마시는 "도시 처녀"를 본다. 시골에서만 자란 구웨이에게 그녀는 그의 넋을 뺄만큼 아름답고 세련된 사람이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처지의 이상형. 그러나, 어느날 집주인이 지나가는 말로 그녀도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였고, 주인의 옷을 몰래 입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시골에서 북경에 와서 돈을 벌겠다는 구웨이에게 이상형이었던 그 여자도 실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마치 별다른 중요성 없듯이 그렇게 스쳐가면서 보여준다. 그것은, 북경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삶 대부분이 다 그렇게, 별다른 중요성없이 "그저그런" 삶이라는 것을, 그것이 영화처럼 일부분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안도 마찬가지이다. 구웨이에게 자전거를 빼앗기고 난후 여자친구 지아오는 다른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쫓아간다. 자전거를 잃어버렸을때 위로해도 해주고 했던 지아오는, 지안이 냉정하게 대하자 바로 자전거를 잘 타는 다른 남자에게 가버린다. 떠나간 지아오를 잡기위해 매달리는 지안에게 돌아온것은 지아오의 새 남자친구의 비웃음 뿐이었다. 돈을 주고 산 자전거를 구웨이와 교대로 타는것도 지안에게는 탐탁치 않은 일일텐데, 그렇게 좋아하는 여학생이 다른 남자친구와 놀러다니는 모습은 분명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망신까지 당하고. 가난한 형편에 동생의 학비까지 훔쳐 산 자전거마저도 마음대로 탈 수 없는 상황, 거기에 여자친구 마저 빼앗긴 지안에게 무슨 낙이 남아있을까?
구웨이에게는 낯선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다. 시골 사람이라고 놀려 먹으려고 한다는 피해의식도 있다. 자전거 대금을 갚는데도 자신의 계산과 틀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맞다고 우기는 회사 경리과도 그렇고, 자전거를 도둑맞아 배달을 늦게 갔다고 바로 잘라버리는 회사도 이해하기 힘들다. 또 구웨이가 배달가는 곳들은 대부분 좋은 곳들이 많다. 주인집의 말을 빌면. 호텔이나 백화점같은 곳 말이다. 시골출신 구웨이는 회전문도 처음 봤고 호텔 사우나도 우연찮게 들어가보고. 직원이 시키는대로 사우나로 들어갔다 나왔는데도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호텔측을 구웨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구웨이와 지안의 삶은 어느것하나 잘 풀리는것 없다. 취직이 되서 잘 풀리는 것 같았던 구웨이도, 자전거에 여자친구까지 생겼던 지안에게도 결국 그 모든것들을 다 잃는 낙이 없는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북경시내의 거리는 고층 빌딩이 대로변에 줄지어 서있다. 그 뒤로 아직도 판자집같은 낡고 더러운 집들 사이로 지안이나 구웨이같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럼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런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지안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자신에게 망신을 준 지아오의 남자친구에게 복수를 꿈꾸고 그런 고달픈 삶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그렇게 결심한 지안이 선택한 것은 폭력이었다. 그리고는 구웨이게게 더 이상 자전거를 공유하지 않고 구웨이에게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 남자친구의 패거리들이 쫓아오게 되고 엉겹결에 같이 도망치던 구웨이는 지안과 함께 그 패거리들에게 얻어터지고 자전거가 박살이 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북경 자전거"의 감독은 관객들에게 아무런 결론도 보여주지 않는다. 망가진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수많은 인파들이 자전거를 타고 차와 엉켜 달리는 북경 시내 거리를 걸어가는 구웨이의 모습을 잠깐 보여줄 뿐이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북경시내 거리에는 특송회사 옷을 입고 물건을 배달하는 얼굴에 멍자국이 선명한 구웨이의 모습이 보일것이다. 또한, 학교에는, 얼굴이 맞아서 퉁퉁부은 지안이 자전거없이 터덜터덜 걸어서 등교하는 모습이 보일것이다. 그렇다고 북경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 두 사람처럼, 다른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삶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관적 삶의 모습은, 중국이라는 사회가 가진 제한적 상화에 대한 감독의 일종의 저항정신으로 볼 수 있을것도 같다.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라고 하더라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과 거의 개선되지 않는 인권, 이런 문제들을, 북경의 화려함 뒤쪽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젊은이들의 어쩔수 없이 굴러가는 삶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한다.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하면, 흔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113분의 짧지않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와 웃음에 작품성까지 갖춘 영화가 바로 이 "북경 자전거"이다. 다만 화면의 구도가 너무 빡빡해서 약간 답답해 보일수도 있다는 점을 굳이 지적하라면 할 수 있을것 같다.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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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자전거(2000, Beijing Bicycle)
제작사 : Beijing Flim Studio / 배급사 : 감자
수입사 : 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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