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천영화제에는 TV와 영화로 만나는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선을 보였다.
SBS와 CJ 엔터테인먼트가 손잡은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와 바로 이 작품 '다세포 소녀'이다.
영화제에서 선보인 '다세포 소녀'는 디지털 연작 시리즈로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 시청자들과 함께하게 된다.
오늘 리뷰는 원작인 채정택(B급 달궁)의 만화와 장편버전, 그리고 단편버전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당연히 셋 중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다음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B급 달궁'은 어찌보면 귀여니(이윤세) 이후 인터넷이 낳은 최고의 스타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낌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 작품 '다세포 소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이 되는 무쓸모고는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학교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선생님이 성관계를 갖으러 학교를 자주 비우고 학생들은 이보다 더 심할정도로 엽기적이고 황당하다.
내숭에 호박씨 까기는 1등인 반장소녀와 SM(서로 벗은 몸을 때리면서 쾌락을 느끼는 행위를 통틀어 부를때 쓰는 말)을 즐기는 회장 소년과 부회장 소녀, 그리고 항상 실수투성이지만 귀여운 도라지 소녀, 겉은 여자인데 사실은 남자인 두눈박이와 그의 형(?)이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외눈박이, 외국에서 전학와 서민들의 행위에 호기심을 보이는 안쏘니, 성적 관련 호기심에 끝없는 탐험을 하는 테리 & 우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히로인 가난을 등에 업고 다니는 소녀...
이외에도 동성애를 느끼는 축구부 주장, 용감무상한 양호실 선생님 등등...
하나같이 괴상하고 엽기적인 케릭터로 이루어진 것이 이 작품의 특성이다.
그러면 이 작품을 하나 하나 파해쳐보자.
우선 작품들의 특성을 보자.
원작의 경우 인터넷(초기 '카페 24' 게시판을 이용하다가 지금은 파란 닷컴의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 장편버전의 PPL로도 파란 닷컴이 등장한다.)으로 알려지고 인터넷으로 뜨기 시작한 작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이 작품의 블로그(사실상 공식 홈페이지)에는 19세 미만은 열람 금지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선정적인 부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성기 모양의 초콜릿이 등장하는 애피소드라던가 자위행위 관련 애피소드 등 입으로 열거하기에는 좀 민망해지는 애피소드들이 많다.
이 것을 원작에 가깝게 만든 것이 바로 곧 공개될 단편버전이다.
부천영화제에서는 9개의 애피소드만 소개되었지만 실제로는 약 40개의 애피소드가 케이블 체널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원작 만화의 상황과 비슷하게 수위가 높은 나름대로 파격적인 장면들도 준비되어 있다.
이에 배해 이재용 감독의 장편은 15세로 관람등급을 낮추면서 선정적인 장면을 최대한 줄이고 영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령 두눈박이를 만나는 안쏘니의 경우(원작에서는 명진으로 등장, 또한 명진은 원작에서 호주에서 전학온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장편은 스위스로 변경이 된다.) 장편은 잠못드는 안쏘니의 모습을 원작보다 조금 과장되게 그렸다면 단편은 더 오버하여 보여준다 . '(두눈박이가) 남자였어~!' 라고 절규하는 부분은 폭소를 자아낼 정도이니깐 말이다.
아쉬운 것은 단편은 애피소드 별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으나 장편은 축구부 주장이나 SM 커플 같은 경우 대폭 분량을 줄이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물론 SM 커플의 경우 자칫 이 영화가 19세로 가는 지름길이므로 그것을 면하기 위해서의 적절한 조치인지도 모른다.)
배역들에도 차이가 난다.
우선 단편의 경우 가난소녀의 역할은 김은주(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 반장소녀는 임성언(우리에게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으로 알려진...), 가난소녀의 어머니는 여운계, 무선생 역의 안내상, 두눈박이 역은 곽지민(영화 '사마리아') 등이 맡았다.
(참고로 특별한 애피소드에는 권용운, 윤기원 등의 감초 배우들도 등장한다.)
단편만큼이나 장편도 화려하다. 가난소녀에는 김옥빈, 외눈박이는 이켠, 가난소녀 어머니 역에는 임예진(그녀는 '예민아씨'라는 별칭이 더 유명한... 하지만 그녀는 7,80년대 하이틴 영화의 주역이었다.), 1인 다역 선생님 역에는 '정사', '파랑주의보'로 알려진 감독 이재용과 동명이인인 배우 이재용, 쌍칼언니 역에는 '야인시대'의 영원한 '구마적'인 이원종이 맡았다.
(김수미, 조정린 등의 의외의 까메오도 기대하시라... 특히 김수미 등장은 의외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장면은 뮤지컬 장면이 의외로 많은데 노래방 자막을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단편은 9명의 감독들이 참여한지라 다양한 기법과 연출들이 등장한다. 힙팝도 등장하고 코믹하고, 패러디도 있으며 슬픈 장면들도 있다. (엔딩크레딧 삽입방식까지도 하나하나 감독별로 다르니 그것도 눈여겨 보길 바란다.) 그리고 가난소녀 등에 붙은 가난인형의 활약상도 돋보이는데 단편버전은 가난 인형을 테리 & 우스가 해부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장편은 CG를 이용한 가난인형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장편은 메시지 전달에 너무 압박을 받은 듯한 느낌이 많았다는 것이다. '쌍칼언니'가 이야기하는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도 잘 나와있지만(원작 장면을 그대로 재연했다. 배우 이원종이 그 덩치에 말이다...) 너무 이 장면은 슬퍼보였다. 사실 가볍게 즐길려고 보는 영화인데 무게를 잡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닌 것 같다.
반대로 단편은 너무 즐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19세로 등급이 올라갔긴 하지만 선정적이고 너무 파격적이기에 원작을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도 많을 것 같다. 웃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50여편의 에피소드 중에 내가 보지 못한 41개의 다른 애피소드 중에는 이런 선정적인 애피소드만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TV 시리즈는 원작처럼 매회 다른 애피소드이므로 단편으로 만드는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편으로 만들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애피소드와 애피소드를 이어주는 뭔가가 없이는 작품에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작에 없는 애피소드가 등장하다보니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 어리둥절 해질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문제를 이렇게 즐기면서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정도로 세상이 좋아졌고 변화가 심해졌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작이 원악 엽기적이고 파격적인 만큼 단편과 장편은 각각 이것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문제에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장편은 이미 개봉이 관객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단편 시리즈(이른바 스핀오프 혹은 외전)는 케이블 체널인 수퍼 액션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와 원작에 등장한 시 한편 소개할련다.
영화의 그 웃기는 장면들은 잠시 지워두고 낭만에 빠져 보길...
하늘의 천
예이츠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