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영화(다큐멘터리)라 하면, 스토리와 픽션, 흥미 위주의 영화에 익숙해 왔던 나에게 거부감이 일었던 건 사실이다. 애완 동물을 직접 키우고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픽션으로 일단 포장되어 흥미를 돋구워 주는 동물 농장이나 주주 클럽 등의 동물 프로를 보아왔지, 꾸미지 않은 진솔한 그대로의 동물 이야기는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기록 영화를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아오던 영화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판단 오류였다고 생각하며, 실제 기록 영화들을 별점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록 영화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 보고, 우리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을 생각하게 해준다. 바로 "얼음왕국"이 그러한 영화였다.
아리, 쓰리 북극곰 가족과 약육 강식에 의해 그들의 먹이가 될수 밖에 없는 데이빗 씰 바다 표범 가족, 북극 여우로 부터 알을 지키려고 덩치 큰 여우를 부리로 쪼아 대는 북극 오리의 모성...먹이 사슬에 얽히고 섥힌 그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속에 북극에도 여름이 찾아오고, 더위로 또 다른 고통을 겪어 가는 북극 동물들의 삶이 안타까왔다.
북극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동물들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있었다. 육지에는 곰, 바다 표범, 여우, 오리 이외에도 북극의 여름을 피해 100일동안 1,000km를 이동한다는 유라시아 순록 무리, 사향소, 심지어 들쥐까지 있었으며, 바다에는 일각 돌고래를 비롯한 각종 고래류와, 바다의 천사라 불리우는 클리오네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플랑크톤, 해파리류, 하늘에는 1년마다 추위를 피해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북극과 남극의 길도 없는 하늘을 횡단하여 자기 보금 자리를 잘도 찾아 가는 제비등의 철새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적은 천적도, 북극에 찾아오는 사계절의 변화도 아니였다.
총면적은 지구 전체의 5%인 2600만㎢. 이중 70%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과 눈 덩어리인 아름다운 얼음나라, 북극 툰드라 지대는 지난 30년간 남한 면적의 10배가 넘는 1백만 평방 킬로미터의 얼음이 사라졌다고 하며 이대로라면 50년 안에 그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연구 보고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 후손들은 동물원이나 최악의 경우는 "얼음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에서만 그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이기적인 환경 파괴와 오염 그리고, 20세기 이후, 화석 연료등의 사용으로 유발된 급격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우리가 소중히 지켜 주어야 할 북극 생명체를 위협하는 주범이며 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원인을 제시해 주어도 개인적으로는, 내가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인간의 이기심이 공존해야 할 환경을 급격히 파괴하며, 그 여파가 결국은 우리에게 되돌아 오리라는 깨달음과 길가에 나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아끼는 작은 마음이라도 간직해야겠다는 다짐밖에....
점점 줄어드는 작은 얼음 조각 위에 어쩔줄 모르며, 커다란 몸을 웅크리고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 보던 바다 표범 무리의 그렁그렁한 눈빛이 아직도 마음에 잔잔한 아픔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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