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3끼 모두 햄버거를 먹는 사람은 없다. (나 빼고) '슈퍼사이즈미' 에서 보였던 건강 문제를 이야기를 떠나 일단 '질리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화도 그랬다. 하루 세끼가 모두 비슷 한 영화들. 물론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치킨버거냐 불고기 버거냐, 세트메뉴냐 패밀리메뉴냐 정도의 차이였지 비슷한 영화들 일색 이었다. 가끔 우리는 구수한 누룽지탕 한사발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극장가에는 그런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래서 물리고 질려서 극장에 다녀와도 속이 더부룩한 사람들 분명 있었을 것이다.
속이 더부룩 하십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감탄할 영화가 하나 나타났다. 얼음왕국. 처음 보스터를 보고는 '이거 뭔 애들영화?' 했다. 아이스에이지에서 나온 동물들의 실사판? 사실 제목부터가 뭔가 아이스에이지의 표절같았고 북극의 여름이야기라는 부제도 아이들의 동심을 끌기 위한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우같은 영화...날 속이다니!
속은 놈이 바보지..
얼음왕국. 제목처럼 한반도의 100배 크기인 그곳은 진짜 얼음의 왕국이었다. 그속에 사는 동물들은 결코 만화속 동물처럼 귀엽고 순한 인형들도 콜라CF속 재롱둥이가 아닌 치열하게 자신들의 삶과 싸우는 투사들이었다. 영화는 시작부터 압도적인 북극의 영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리고 북극에 사는 동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동물의 왕국이나 네셔널지오에서 볼수있는 다큐멘타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 다큐멘타리 마니아르 자처하는 필자도 북극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배경으로 뿜어지는 거대한 박력은 지금까지 다큐멘타리에서는 느껴본적이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콜라 안판다고...
얼음왕국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tv와는 사이즈가 다른 극장의 대화면에서 품어져 나오는 박력과 여름이라는 환경속에 북극의 얼음이라는 시원함이 주는 청량감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얼음왕국은 단순히 그런 장점들 때문이 아니라 영화속에 담고있는 북극의 소중함 때문이다. 왜 북극이 소중하냐고? 물론 필자는 북극에 가본적도 없고 북극에서 사업을 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영화 포스터에서 이야기했던 한마디 '엄마 얼음이 녹으면 우리는 어디로 가?'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 북극이 사라진다. 영화속에서 치열하게 살던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북극영화.....그순간 이영화는 단순한 다큐멘타리 영화가 아닌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것에 대한 마지막 경고이자 애절한 메세지와 같아진다.
한숫가락도 대지 않았는데 다 녹아버린 팥빙수를 보는 느낌? 그것도 48미터짜리 팥빙수 얼음이!
영화는 북극의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과 치열한 삶 그리고 사라져가는 북극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그런 북극의 모습에 가슴이 저리는 순간 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있는 지구온난화 역시 우리들 인간때문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영화 속에 울려퍼지는 에스키모인들의 노래소리는 상처입고 있는 북극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듯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화면에 울려퍼진다. 아...북극이 이렇게 가슴아프게 다가온적이 있을까? 동물의 왕국 자기도 모르게 체널을 고정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부절하지 못할 감동. 그것이 바로 얼음왕국의 매력이다.
어미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체 아기곰에게 젓을 물리고 여름을 난다, 그런 감동이 있는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