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
사람들은 초반은 괜찮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상한 구도로 간다고들 하는데..
난 오히려 초반 전개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치만 어린아이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의 순진무구한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하고 넘기고..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하나하나 깨닫게 되는 진실..
그리고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전반부의 스토리!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 자신을 붙잡으려는 조강을 떼어놓으려 선을 긋고
뒤돌아 보지 않고 가버리는 아리
첨엔 거짓말도 잘 꾸며내고 참~ 독특한 여자라고 생각했으나
자기 꼬리를 자신이 자르는 아픔을 느꼈을 거라는걸 나중에서야 알게되고..
중간중간 조강이 아플때마다 증발해 버리듯 사라지는 아리가 이상하고 야속하게 느껴졌으나
알고 보면 아리가 사라졌을 때는 항상 조강이 아픈 뒤였다!
즉, 자기 몸의 면역세포가 하나하나 죽어나가는 에이즈라는 병에 걸린 아리가
자신은 아픈 조강 옆에 있으면 바이러스가 옮을 것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꼭 잡고서
아마도 조강이 앓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입원했기 때문에 증발하듯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되어 놀랐으며..
어릴적부터 우비를 뒤집어 쓰고 아무도 자기 몸에 손 못닿게 하는 것이 정말 저주에 걸린 것이 아니라
외부 접촉에 쉽게 감염되는 자기의 질병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알게되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을 황당하게 하였던(내가 영화 보는 순간에도 주위사람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던)
마지막 부분의 UFO의 재림은
기발한 센스로 아리의 임종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 하면
진부했던 러브스토리의 결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색다른 감동이 아닌가?
(만약 마지막 씬이 여느 영화처럼 아리가 푹~ 쓰러져서 죽는 장면이었다면 더 허무했을 듯..)
마지막에 아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상상세계를 인정했던 대사('넌 그 말을 믿었니?')에 뒤이은 UFO의 등장은
반전 드라마 하듯 실제로 UFO가 있었다!라고 하려는 유치한 의도는 아닐 것이며
뒤이은 장면은 아리의 죽음을 UFO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비유한 것일 터..
(아리는 병이 완쾌된 상황도 아니었고 조강보다 체온이 높은, 즉 고열이 있는 상태였다)
아리가 어릴적 '내 몸에 저주가 걸렸으니 손대지 마'라고 한 말이
실제론 '내 몸에 손대면 나는 쉽게 감염되니 손대지 마'라는 뜻이었던 것처럼
조강에게 '나 UFO타고 떠나면 보내줄래?'라고 한 말이
실제론 '나 죽어도 너무 슬퍼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어?'라는 말이었기에
마지막엔 조강에게 '응'이라는 대답을 들은 뒤 UFO를 타고 떠나는 아리의 모습은 임종을 나타내는 것이었으며
'나를 보면 눈이 멀테니 날 보지 말아줘'라고 한 아리의 말은 그 어느 멜로 드라마도 전해주지 못했던 감동을
주는 임종 장면이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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