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거쳤던 아버지의 꿈들은 모두들 한결 같았다. 그것은 굳이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다 건너.. 한국의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어버이는 극심한 전쟁으로 인해 보릿고개라는 피폐한 생활을 지내야만 했으며 극한의 굶주림 속에서.. 아사하는 형제,자매들을 지켜보며 그들은 자신의 자식들 만큼은 먹여 살리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들의 굳은 마음은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록 수십년이 좀 더 지난 세대라서 '보릿고개' 까지는 완벽하게 동감할 수 없더라도.. 소중한 '자녀들' 그리고 더 나아가 소중한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 21세기가 되어서 생긴 것은 타지않는 쓰레기 뿐 ' 이라는 ' Yesterday once more (어제여 다시 한번) ' 조직의 보스, 켄 이라는 인물의 대사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가운데 끝내 지쳐버린 어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현실의 어버이들은 잠시나마 '20세기 박물관'에서 즐거웠던 동심[童心]을 이내 되짚어본다.
어릴 때 동경하던 ' 영웅 ' 으로 직접 변신하기도 하고 현실이라는 때에 찌들어버린 고통과 시름을 잠시나마 놓은 채 옛 친구들과 함께 자치기,줄넘기,팽이치기 등을 하며 즐겁게 논다.
하지만..
" 이 냄새 알겠죠? (Do you remember this smell?) "
" 아빠,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Dad, do you remember me?) "
이 두 질문으로 인해 '노하라 히로시'로 대변되는, 현대의 어른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끝끝내 깨닫게 된다.
각박하고 힘들고 매몰차게만 느껴지던 21세기..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잊어버리고 싶었던, 그런 시대지만 어느새 그들에게도 예전의 추억보다 더욱 더 소중하고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 가족 '이라는 보물이 생긴 것이었다.
위 장면들 ('노하라 히로시'의 과거 회상 장면 - 이외에도 많이 있음)은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투지까지 부여해주는.. 정말로 뜻 깊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 이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노하라 히로시'의 모습을 통해서 정말 안구에 습기가 가득 찰 정도로 잘 묘사되고 있다. 아니, 습기뿐이랴! 장맛비가 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이런 뜻 깊은 주제와 심금을 울리는 장면으로 인하여 '어른제국의 역습' 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만이 아닌, 오히려 어른들이 더욱 좋아할만한 진정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노하라 히로시'의 과거의 회상 장면이 경우가 주로 가족을 꾸리고 있는 나이가 든 어른들에게 의미 깊은 장면이었다면 후반부, 엔딩의 장면은 아직 가장이 아닌 어린 아이들, 더 나아가 어른들 마저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드는 장면이다.
장면 자체는 굉장히 단순한 연출이지만 (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왕눈이의 인생신조를 충실하게 따랐다. ) 그 단순함이 오히려 '짱구(신노스케)'라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맞물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특히 이 부분에서 퍼지는 배경 음악 또한 좋다! 아버지의 BGM이 조용하게 사람을 감동시켰다면 이번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웅장한 힘이 짙게 배어있는 음악이다! )
아버지의 테마와 똑같이, 다루는 주제는 '가족의 소중함' 이지만 가장으로서의 가족이 소중했던 경우와는 달리 이번 경우에는 ' 미래를 되찾아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 의 마음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 나... 아빠, 엄마, 히마, 시로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으니까... 다퉈도, 화가 나도, 함께 있는 게 좋으니까...
그리고.. 나, 어른이 되고 싶으니까...
어른이 되서, 누나 같이 예쁜 누나를 잔뜩 사귀고 싶으니까!!! "
정말로 짱구(신노스케)다운 대사다. ( 짱구는 여자를 밝히니까! ) 그래서 더욱 이 애니메이션이 빛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그 이미지를 활용해 여태까지처럼의 웃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 커다란 감동' 까지 주도록 이끄니 말이다.
간만에 훌룡한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라 믿고 싶다. 물론 베이스가 '유아용 애니메이션' 이다 보니 주제가 아닌 세부 내용까지 보면 상당히 유치하다.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라는 시리즈 특유의 유치함이 이번 역시 짙게 배어있는 터라 거부감이 강한 분이라면 쉽사리 감상을 못할 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 자녀 세대 '는 어버이에게, ' 어버이 세대 '는 ' 자녀 세대 '에게 , 각자가 서로에게 보다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친근한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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