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미있게 본 일본영화 중에 한 편이 [사무라이 픽션]입니다. 아마 보신 분들이라면 많은 분이 제 의견에 동감하시겠지만, 상상 도 못했던 황당함이지만 정말 재미있었던 사무라이 영화였거든요. 아니면.... 말구요. --;; 항상 비장하고 날렵하던 사무라이의 모습 을 완전히 뒤집어엎었던 그 어설픈 사무라이들은 저의 고정관념을 부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게다가 사극의 배경음악에 왠 록?!? 어 쨌든, 흑백이라고 별 기대 안하며 봤기에 의외의 수확이었죠. [기 사 윌리엄]을 보고 있자니 왜 자꾸 그때 생각이 날까요?
윌리엄은 14세기의 유럽에 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중세시대죠. 그가 모시던 기사가 갑자기 객사하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시종 들은 일치단결하여 윌리엄을 시합이 내보냅니다. 수리공의 아들인 윌리엄이 유서 깊은 귀족만이 참가할 수 있는 마창대회에 나갔다는 게 걸리면 죽음이지만 뭐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일단 살고 봐야죠. 그러나 사람이란 한번 명성을 맛보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법. 윌 리엄은 욕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가능성과 실력이 있는데 그깟 신 분제 때문에 내가 여기서 포기할쏘냐~였고, 다른 친구들은 그래도 한 몫 잡아서 금의환향하자는 작은 욕심이 결합하면서 위험한 도전 을 하게 됩니다. 그런 그들 앞에 아리따운 귀족 아가씨 죠슬린과 그녀를 노리는 애드해머가 나타나면서 일은 꼬이게 되죠.
처음 시작부터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력의 소산이니까 역사적 고증 따윈 따지지 말라는 감독의 노골적인 암시를 받았습니다. 마창경기 시합장에 울려 펴지는 QUEEN의 〈We will rock you〉때문이었죠. 마창시합장에서 이 노래에 맞춰 박수까지 치며 즐거워하는 관중들 의 모습은 흡사 오늘날의 축구경기장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 다. 마치 예전에 [사무라이 픽션]을 볼 때처럼 음악부터가 심상치 않더군요. 영화를 계속 보면 이 곡 뿐만이 아니라 QUEEN의 또 다 른 명곡 〈We are the Champions〉, 에릭 크랩톤, 데이빗 보위의 노래까지 정말 다양하고 신나는 음악이 나옵니다. 게다가 죠슬린의 의상은 매우~ 현대적이고요. 이쯤이면 ‘내가 도대체 무슨 영화를 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쳐지나가게 됩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그냥 즐거운 영화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한 젊은이가 천신만고 끝에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명예와 재 산까지 얻는다는 내용은 누구나 바라는 꿈이 아닐까 싶군요. [기사 윌리엄]은 사실성에 바탕을 하고 이야기를 진행키는 영화가 아니라 그런 꿈과 희망을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영화였습니 다. 그래서일까요? 얼핏 현대적이고 개성 있어 보이던 우리의 두 주인공 윌리엄과 죠슬린은 뒤로 갈수록 점점 철부지 10대처럼 변 하는 것 같더군요. 특히 죠슬린이 사랑을 증명하려면 시합을 지라 는 억지를 부리는 건 상당히(같이 보던 분들도 많이 --;;; 그러시 던데...)짜증이 나던 장면이었습니다. 후반엔 오히려 조금 전형적이 고 장식적인 느낌의 주인공들을 조역들이 잘 받쳐줘서 영화가 흔들 리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무라이 영화는 비장하고 진지하다는 저의 고정관념을 깬 [사무라 이 픽션]처럼 [기사 윌리엄] 역시 유쾌하고 발랄한 영화였습니다. 사무라이로써 인정받으려던 헤이지로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려던 윌리엄은 모두 최선을 다했기에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 다. 물론, 제 느낌엔 [사무라이 픽션]이 낫지만요. ^^;;; 영화가 좀 필요이상으로 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와 한 사람의 성공담, 신나는 락음악과 역동적인 마창시합을 한통에 넣고 섞어 흔들면?!? [기사 윌리엄]을 만나실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