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특별한 기대 없이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나온다기에 보았다. 그러나 기대 없이 본 영화가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전체적인 감상}
일상에서 생각은 하지만 입밖으로 말하지 않는 감정들을 너무나 있는 그대로 말로 다 표현하는 것이 너무 뻔뻔스러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웃게 만든다. 어떤 느끼한 유부남이 이렇게 행동했다면 성추행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를 만큼 집요하게 달라붙고 뻔뻔스럽게 솔직하다.
그러나 박해일이란 배우 때문인지... 아니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시종일관 솔직하게 드러내서 일종의 악역을 대표하는 남자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보는 사람에게 느끼게 하는지... 밉지만은 않은 한 남자를 이 영화속에서 보게 된다.
이 영화의 결론은 사랑이다. 주인공 남자는 영화의 시작에서 끝까지 한결같이 너무 뻔뻔스럽고 너무 육체적이기만 한데, 어떤 어려운 말로 설명해서 애써 주입시키려는 사랑이 아니고 마음으로 사랑의 감정이 저절로 스며들게 만든다.
[남자와 여자]
남자는 사랑을 애써 인정하지 않고 성적관심만을 계속 이야기한다. 처음 본 순간부터 같이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번도 ‘ 첫눈에 반했다거나, 운명적인 사랑’이런 것과는 연결해서 생각할 마음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여자는 처음에는 이 뻔뻔스러운 남자가 이상히 여겨지지만 몸이 가는 만큼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육체와 정신]
어떤 의미에서 남자는 너무 쿨하기도 하다. 같이 자고 싶은 마음에 어떠한 이론적이거나 정신적인 감정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이와 반대의 경우 자기 내면의 성적인 끌림을 직시하지 못하고 사랑이란 감정에 전적으로 연결해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인에게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알고 보면 단순한 성적인 끌림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반응하는 다른 방식이 아니었을까?
[최홍]
여자주인공 최홍은 이름에서 암시하듯이 붉은색을 상징한다. 옷도 붉은 색을 즐겨 입고 붉은색 옷이 아니면 붉은 우산이라도 쓴다. 붉은색은 일상의 감정과는 좀 다른 흥분이나 설레임, 이성보다는 감성, 그리고 사랑...을 나타내려고 한 것 같다.
최홍에 대비되는 인물이 남자주인공의 여자친구인데 그녀는 남자주인공이 늘상 얘기하는‘자식같고 부모같은’존재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친근한 표현인 이 말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면 일상의 권태로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너무 가족 같아서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일상... 거기에 반해 최홍은 아무런 가치 없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같이 자고 싶은 마음에서 한시라도 못보고는 살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킨다.
[결론]
이 영화가 공감을 주는 이유는 요즘 나의 생각과도 무관하지 않다. 불혹된 지금까지도 ‘사랑이란 뭘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였는데... 그 결론 중의 한가지가‘사랑이란게 성적충동을 승화한 감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사랑을 정의하기에는 더 고귀한 사랑이 많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많은 사람이 비속하게 생각하는 이 성적인 충동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작가가 마음에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려운 말로 설득시키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고 작가 또한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사랑에 대해 뭔가 이론적으로 논하려는 것이 오히려 솔직하지 못하고 느끼한 작당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영화를 평하는 글을 적는 자체까지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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