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천적이란 것이 존재한다. 서로 절대로 친해질 수 없는 존재, 생태계에서는 쉽게 서로 먹이사슬에 있는 관계들을 우리는 천적이라고 부른다. 그럼으로 염소와 늑대는 당연히 천적이다. 늑대는 염소를 먹고 염소는 늑대를 피해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만약 이 천적들이 우정으로 뭉친다면? 그런 재미있는 상상의 결과가 바로 <폭풍우 치는 밤에(あらしのよるに)>다.
1994년 동화책으로 등장해 일본의 해리포터라 불리며 250만부를 팔아치운 작품. 폭풍우 치는 밤. 폭풍우 치던 밤, 껌껌한 오두막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체 우정을 쌓아 친구가된 늑대 가브와 염소 메이의 생태계를 초월한 우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당연히 늑대와 염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우정. 먹이를 사랑(?)한 늑대와 자신의 포식자를 믿는 염소의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그저 웃어넘기기는 힘든 벽을 이야기한다. 작품은 철저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그려가며 결말역시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한 아이들의 마음을 채울 분위기를 완성시켜준다. 하지만 이작품의 대단함은 아이들의 시선을 넘나드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려고 염소와 늑대를 친구로 만든 것이 아니다. 영화가 전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었다. 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먹이사슬의 자연계 도식은 부숴버린다. 가브는 ‘식욕’이라는 본능을 억제하려한다 맛있게만 보이는 메이에 군침을 흘리지만 참아내는 그 훌륭함은 같은 남자(늑대)로서 감탄스러울 지경. 한술더떠 여기에 메이는 굶주린 가브를 위해 자신을 잡아먹으라고 외친다. 우스갯 소리로 영화를 보며 ‘이거 남녀관계 같은걸?’ 이라며 넘겼지만 이 장면 만큼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들의 본능을 버리면서 서로를 위하는 우정, 혹은 애정이라 부르기 힘들만큼 고결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한 대 얻어맞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이사회에서 약육강식의 논리에 순간적인 충동에 본능에 친구를, 사람을, 연인을 상처 입힌다. 우리는 친구를 위해 나를 잡아먹으라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친구를 위해 늑대무리와 홀로 맞설 수 있는가? 동화이기에 가능한 우화의 요소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분명 폭풍우 치는 밤이라는 한마디에 자신의 친구의 기억을 되살리는 그들의 우정이 너무 부러웠고 사회적 통념에, 순간의 욕망에 지배당하는 삶이 너무 부끄러웠다. 생김세가 다르다고, 다른 생각을 지녔다고, 우리는 선을 긋는다. 신분을 뛰어 넘는 사랑과 희생이 고파졌다.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어른들에게는 따끔한 충고를 전하는 ‘폭풍우 치는 밤에’ 오늘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는 친구와 가브와 메이가 했던것처럼 하나 암호를 정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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