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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칼 리미트> 나두 이런 식으로 영화보기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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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칼 리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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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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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3 오후 2:3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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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빨딱 일어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벼가며 화장실로 갈 것인가,아 니면 내 배 째라는 식으로 그대로 픽 꼬꾸라져서 갖은 죽는 시늉을 해 가며 그날 하루를 농땡이 칠 것인가의 처절하다 못해 장엄한 기로에 서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똥을 싸고 밥을 먹을 것인가, 밥을 먹고 똥을 쌀 것인가라는 철학적 고찰이 요구되는 갈등의 선택까지 매 순간순간 우리는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우라지게 심각한 척 대가리 싸 매고 고민해야만 한다.
그렇게 일상에서의 선택조차도 순간순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가끔 우리는 우리가 전혀 원하지도 않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가령,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공중 화장실에 들어 가서 시원하게 볼일 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일어나려고 하니깐 아무리 뒤집어 봐도 화장지는 없고 신문 쪼가리가 화장실 바닥에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놓여 있을 때 신문 쪼가리를 사용할 것인가 손꾸락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일생일대의 한계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 같은 거 말이다.
마틴 캠벨은 인생을 통 털어서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그러한 한계상황을 영화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이 영화가 지지고 볶고 넘어지고 깨지고 터지고 돼지는 단순무식형 영화가 아니라 그래도 드라마적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박터지게 고민한 영화라는 걸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드라마적 내러티브는 아무나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개가를 올리고야 말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카메라 웍, 도대체가 어디를 어떻게 CG로 사용했는지 알 수가 없는 마술같은 테크놀러지, 군더더기는 뭉퉁뭉퉁 잘라 버리고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황들만을 골라내는 탁월한 편집, 영화적 품격을 높여 주기 위해 빠지지 않고 삽입되는 유머, 거기에 블록버스터 영화의 터줏대감이 되어버린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음악은 2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을 준다.
이렇게 멋진 영화를 봤는데, 보는 동안 내내 저 눔의 시키들이 어떻게 저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돌파해서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 가슴 졸이면서 지켜 보았는데 왜 영화가 끝나자 마자 볼일보고 밑 안 닦은 것 같은 배 터지게 처 먹고 위궤양 걸린 것 같은 더부룩하고 뭔가 석연찮고 찜찜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 영화보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마스트 오브 조로>나 <007 골든아이>에서 여실히 입증했다시피 이 마틴 캠벨이라는 감독은 드라마적 내러티브하고는 담을 쌓은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 양반의 최고작이라고 생각되는 <압솔롬 탈출>은 그러한 어줍잖은 내러티브를 막가파식으로 무시하면서 오로지 갑빠의 갑빠에 의한 갑빠를 위한 갑빠영화였기에 최소한 볼일보고 밑 안 닦은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 <버티칼 리미트>도 그러한 관점에서 영화를 봤어야만 했다. 하나씩 들추어 보면 이야기의 구성상 헛점이 너무나도 무궁무진해서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지만, 같이 죽을래 하나만 죽일래의 어설픈 가족애로 시작해서 니들은 살리고 나만 죽을래의 억지 휴머니즘과 선악으로 대립되는 이분법에서 악은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강박증적인 마무리가 너무나도 진부해서 신물이 날 지경이지만 그러한 것에는 절대로 관심을 가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한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그냥 롤러코스트 타는 것 처럼 짜릿짜릿한 영화다. 얼마나 짜릿짜릿한지 난중에 오줌이 다 지릴 지경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넘들, 마틴 캠벨이나 <아마겟돈><더록>의 마이클 베이나 <크림슨 타이드><베버리 힐스 캅><마지막 보이스카웃>의 토니 스콧(요즘 들어 많이 맛이 갔지만, <블레이드 러너><에이리언>같이 뿅가는 영화를 만든 리들리 스콧의 동생이라서 그런지 <트루 로맨스>같은 역작도 만들기도 했으니 이 넘의 모든 영화를 싸잡아서 매도하기엔 좀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같은 넘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조금만 더 배려해서 되지 않는 드라마는 아예 배제해 버리고 좀 더 솔직하게 돈 벌려고 영화하는 거라는 거 인정한다면 좀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좋으냐? 니들은 돈 벌어서 좋고 나는 어설픈 드라마 땜에 볼일보고 밑 안 닦은 것 같은 기분 안 들어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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