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무비스트에게 감사한다.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그리고 또한 따지고 싶다. 난 맨 앞열에 앉아서 영화를 봤다. 아마 그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화면에 인물이 클로즈업 되거나 빠르게 액션이 진행되면 화면이 흐르듯 하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다. 화면 제대로 볼려고 좌석에서 누워서 봤다. 아니면 목이 아프니까.... "왜 이런 자리뿐이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데리고 간 후배에게 미안했다.
2. 이제 영화에 대해 말해보자. 불편하게 영화를 보았으니, 불편한 소리부터 해야겠군. 우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런닝타임이다. 무려 2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시간은 온전히 긴장감을 채워주지 못한다. 이 영화는 생략과 절제의 미가 없이 관객들이 보면서 궁금해 할 만한 소지가 있는 모든것을 설명하려 든다.
그러다 보니 초반부, 중반부, 종반부 모두에서 쓸데없이 서사를 벌이고 있는데, 지금 1분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시원찮을 마당에 남매간에 생긴 오해를 설명하고, 여기저기 불필요한 호기심으로 구경다니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왁스인형 제조창에서 슬픔에 잠긴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공포영화>이지, 휴먼 액션 스릴러가 아니다.
3. <하우스 오브 왁스>를 보면서 긴장의 끈이 늦춰질 때마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데드캠프>이다. 이 영화는 희한하게도 <데드캠프>와 닮아있다. 아마 보신 분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면서 당하게 되는 불의의 사고와 이로 인한 좌초, 그리고 그 현지에서 겪게되는 막강 공포... 도무지 제어가 불가능할 듯 보이는 살인마 형제들, 갖가지 방법에 의한 잔혹한 죽음들... 그리고 그들의 용도에 따른 처리와 버려진 실종자들의 차무덤, 핸드폰 무덤들.... 그리고 꼭 마지막에 살아있는 한명의 형제.... 왜 주인공들은 영화 초반부에 약간의 부상만 입고 점점 살인마들과 비슷한 포스를 발휘하면서 끝까지 살아남는가? 라는 설정까지 똑같았다. 시나리오를 같은 사람이 썼나? 하고 방금 찾아봤다. 혹시 감독이 같나? 혹시 제작사가 같나? 다 아니었다. 아!.... 오마쥬였군.
4. 그래도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돈을 아끼지 않은 듯한 세트이다. 특히 <왁스 인형 박물관-House of Wax>은 압권이었다. 종반부의 그 집은 이 영화를 보려고 버틴 2시간을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서 놓칠수 없는게, <다크캐슬>의 <로버트 저메키스>사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포영화들이 점점 더 블록버스터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세트와 예술에 가까운 살인장면들과 그 효과들... 아아! 비주얼 죽인다 라는 탄성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1980년대 저예산으로 탄생했던 갖가지 슬래셔 무비들, <13일의 금요일>, <나이트 메어>등이 울고간다. 그러나, 그 화려한 볼거리 뒤에 남는게 없다. 우리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의 전/후에서 긴장할수 있다. 그러나 긴장은 있지만, 공포는 없다. 이 영화를 보고 잠을 뒤척일 일은 없다는 말이다.
5. <데드 캠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Hosue of Wax>의 살인마들도 이유가 없다. 영화는 물론 이들의 성장배경을 매우 정신없는 화면속에서 잠깐 흘린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Anti-Social>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전성기때 <제이슨>의 막가파식 살인행위 자체이다. 사람들은 살인마든 괴물이든 절대적 강함을 가진 존재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특히 그들이 잔혹할 때 무슨 짓을 할지 알기에 그 공포는 더하다.
<엑스텐션>도 그러한 존재로서의 살인마를 부각시킴으로서 초반부 분위기를 잡을수 있었다. 게다가 단점도 없다. 마치 <프레데터>가 사냥하듯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 때문에 반사적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주인공들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해할수 없게도 점점 수퍼맨이 된다는 것이다. 점점 액션영화화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따지는데, "무슨 상관이야? 무서우면 됐지"라고 하면 할말은 없다.
6. 이 영화에 뜻밖의 인물이 출연하는데, 바로 <패리스 힐튼>이다. 스캔들의 여왕이고, 파티걸이며, <심플 라이프>에서 보여준 그 단순 무식한 이미지는 이 영화에는 다행히도 없다. 남자를 좋아하지만, 친구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나오고, 그런데로 무난히 연기를 했고, 죽을때도 너무 아찔하게 죽어갔다. 그녀가 죽을 때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속으로 외쳤다. "어서! 그녀를 편히 누워 쉬게하란 말야!"
7. 이제 <다크 캐슬>의 공포영화들은 기로에 섰다. 이 영화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할 것 같고, <데드 캠프>와 곧잘 비교되며 수모를 당할 것이다. 역시 공포영화는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이제 <로버트 저메키스>는 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잘 될때까지 계속 해볼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물론 그가 곧 <다크 캐슬>은 아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 이 영화가 포장을 벗겨보니 별수 없는 <표절작>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것이다. "확 왁스를 발라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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