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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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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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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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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6 오후 1: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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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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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의 심리적 화합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노래이다. 어떤 기초 지식도 없이, 청력만 멀쩡하다면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마치 하나의 목소리처럼 갈라진 구석 없이 똘똘 뭉쳐 결이 고운 화음을 내는 것을 들어보면, 정말 저 사람들이 저렇게 훌륭한 화음을 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한 화음을 내기 위해 서로 얼마나 많은 조율을 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며,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그만큼 얼마나 또 서로에 대한 결속력이 굳건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노래가 서로를 결속시키기에는 참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 얘기할 영화 <코러스>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던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점차 믿음을 얻어가고, 서로에 대해 더욱 믿음직한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익숙하지만 기분 좋게 잘 그려냈다. 삼류 음악가라는 칭호를 달고 실직 상태에 있던 마티유 선생이 드디어 자신이 일할 곳을 찾게 된다. '최저'라는 단어에 동병상련을 느끼며 들어선 곳은 '퐁드레탕'(최저기숙학교). 말 그대로 문제를 많이 일으키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모여 살면서 배우는, 학교 중에서 가장 급이 낮은 축에 속하는 학교이다. 처음 들어선 순간 관리 아저씨가 아이들의 장난에 심하게 다치는 걸 보면서부터 마티유 선생은 학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아니나다를까 학교 안은 완전 공포 분위기였다. 교장부터가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교장실은 아이들에게 고문실이나 다름없었고, 독방까지 있으니 이건 무슨 학교인지 교도소인지 분간이 안된다.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리가 없다. 활달하긴 하지만 타인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 채 반항심만 잔뜩 남아 있다. 이러한 아이들과 학교의 모습을 보고 마티유 선생은 뭔가 해줄 수 없을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합창. 자신도 음악쪽에서 종사한 터라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아이들도 취미로 노래를 하는 것이 왠지 소질이 있어 보인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합창. 제멋대로 노래 부르며 수습 안되던 아이들은 마티유 선생의 따뜻한 관심과 꾸준한 지도 속에 점점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가는데... 사실, 기대를 좀 많이 한 탓인지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았다. 문제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나타나 가르침을 전수하고, 그 과정에서 점차 아이들이 뭔가를 배워가는 과정이 다소 도식적이고 뻔한 면이 없지 않았고, 아이들이 합창 일을 하지만 무슨 대회라든가 하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모든 사건이 종결되는 결말도 다소 허겁지겁 매듭지은 점이 약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첫번째 이유는, 인간적인 면이 물씬 풍기는 캐릭터들이다. 이렇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들은 대개 캐릭터들의 대표성을 띠기 위해 선과 악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매우 극단적으로 갈리기 쉽다. 선한 캐릭터(주인공 선생)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오직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이 목표고, 어떤 수모도 그냥 뒤집어쓴다. 악한 캐릭터(반대하는 측)는 반대하고자 하는 의사를 굽히지 않으며, 언제나 차가운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나 이렇게 대표성은 있으나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코러스>에는 없다. 강직하지만은 않고 모두가 성격이 유들유들하고 한번쯤 있어볼 만한 성격들의 인물들이다. 주인공 마티유 선생은 아이들에게 헌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자의 홀어머니를 짝사랑하는 어쩔 수 없는 노총각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그나마 악역인 교장도 어떨 땐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아이들을 따라 혼자 교장실에서 비행기를 접어날리는 청승을 부리기도 하고, 아이들의 축구시합에 자신도 아이인양 천진하게 끼어드는 재미있는 구석을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아이들을 언제나 사랑하는 착한 마음씨의 관리 아저씨 막상스 영감, 세상을 단결시키는 것이 음악과 체육이라고 믿으며 합창 일을 적극 후원하는 체육선생, 자기도 노래를 좋아한다며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뻘쭘하게 근엄한 척하는 국어,수학 선생 등 정말 하나하나 따뜻한 인간미가 기본으로 갖춰진 캐릭터들이라 보는 내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두번째 이유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은 정도로 귀엽고 순수한 아이들이다. 중간에 나오는 문제아 몽당을 제외하면 모든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하고 귀엽다. 괜히 어설픈 반항심으로 선생님을 괴롭히거나 하지 않고, 자신에게 잘해주는따뜻한 선생님에게 주저없이 호감을 느끼는 순수한 애정이 마음에 든다. 영화 속 말마따나천사의 외모를 소유했으나 어딘지 어두운 구석이 있는, 그러나 천부적인 음악적 소질을 지닌 모항쥬,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아빠를 토요일마다 기다린다며 교문을 붙잡고 서 있을 만큼 순수함 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작은 소년 페피노, 뽀글머리에 안경이라 전형적 모범생 외모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보니파스, 노래에는 소질이 없어 악보 받침대로 충실히 제 역할을 다하는 소년(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등 모두가 정말 동생 삼고 싶을 만큼 귀여운 구석이 다분한 아이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 페피노 역의 어린 배우는 영화 속에서 어른 모항쥬로 나오는 배우 자크 페랭의 아들이기도 한데, 정말 이 영화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될 만큼 제일 귀엽다. 이렇게 모든 아이들이 약간 반항심도 있었지만 악의적인 구석은 없이 해맑은 아이들이라 보는 사람도 덩달아 순수해지는 듯하다.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세번째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음악이다. 정말 천사들의 목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청명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영화 속에서 최고로 빛을 발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화음을 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노래를 듣고 있자면, 정말 온 신체 기관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정말 빈 소년 합창단 같은 어린이 합창단이 왜 계적으로 인기가 그렇게 많은지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아카데미에서 이 주제곡을 비욘세가 그것도 영어로 불렀다는데... 어땠을지 능히 짐작이 간다.-_-;;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마지막 이유는, 쓸데없이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 마티유 선생도 실직 상태로 아무런 희망이 없었고, 어린 시절에 심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은 학교의 아이들도 어두운 구석이 있었겠지만, 영화 속에선 그런 면이 잘 등장하지 않는다. 마티유 선생의 장래에 대한 고민은 초반에만 잠시 있을 뿐이고, 그 이후에는 언제나 즐겁다. 아이들 역시 그러한 어두운 면이 있을 텐데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밝고 명랑하다. 보통 이렇게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용의 영화는 이러한 아이들이나 선생님의 고민이 제법 진지하게 그려지는데, 이 영화는 이렇게 무거운 면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마티유 선생은 이전까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호흡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었고, 아이들 역시 선생님과 함께 세상과 호흡하는 법을 배우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너무 무거운 면 없이 영화가 밝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영화 전체에서 배어나오는 '긍정의 힘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고민만 한다고 그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람의 일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데, 그런만큼 '앞으로 더 잘 될거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중요한 힘이 된다. 자기최면이 만만치 않은 효과가 있다고도 하는 만큼, 지금은 미래가 불투명해도 앞으로 긍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믿으며 언제나 밝게 산다면, 그 마음가짐이 앞으로의 행동에도 은연중에 반영되어 더 좋은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영화 <코러스>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 싶다. 무겁게 고민한다고 해도 결국은 해결되지 않고 문제는 그대로 존재하는 법. 실직한 노총각 선생이고, 환경이 안좋은 아이들이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 자신의 내일에 대한 믿음으로 언제나 웃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왔기에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도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노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삶을 더욱 빛이 나게 만들어주었고. 자신들의 실력에 의심을 품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고민만 했다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렇게 좋은 팀웍을 자랑할 수 있었을까.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긍정의 힘을 믿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긍정적 분위기때문인지, 중간에 나왔다가 흐지부지하게 사라지는 문제소년 몽당에 대한 사건들도 왠지 뻘쭘해지는 듯하다.-_-;; 사실, 이 영화 <코러스>는 앞서 비슷한 내용들로 감동을 주었던 영화들, <죽은 시인의 사회>, <홀랜드 오퍼스>, <뮤직 오브 하트>, <스쿨 오브 락> 등의 영화들과 유달리 특이한 점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소재의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스토리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좀 뻔하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랑스러운 점을 많이 갖추고 있다. 아이들의 환상적인 노래가 있고, 부담없지만 깊은 여운이 있는 웃음과 감동이 있다. 감각적으로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천상의 화음에 귀를 기울여보라. 그리고 무언가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영화가 설파하는 '긍정의 힘'에 대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라. 몸으로 보든 마음으로 보든, 이 영화는 한바탕 좋은 청량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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