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흑백영화들을 좀더 많이 봤더라면 이 영화는 내게 더더욱 재미를 줬을텐데.... 영화가 20년이나 30년 후에 나왔더라만 분명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봤으리라.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 패러디 영화를 보면 남들보다 더 잼나게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도 옛 영화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분들한테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주인공은 영화광이다. 특히, 70년대나 이전의 영화(흑백 고전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직업이 학교(중학교쯤) 선생이지만 학생들 이름을 기억하기보다는 영화 속의 대사나 행동을 더 잘 기억하고 애인이 된 트루디한테 곧잘 패러디하기도 하는 영화광이다. 브랜단이 워낙 고전 영화광이기에 오죽하면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질지 모르는 위기에서도 고전 영화(선셋대로)의 한 부분을 흉내내기까지 했으니...... 영화는 고전 영화를 패러디했다기 보다는 옛 영화에 대한 추억과 존경의 의미에서 오마주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상의 일례로 현재의 영화들이 급속도로 빠른 화면과 놀라운 연출은 컴퓨터라는 기계에 의해 가능했기에 주인공 브랜단은 학교에 새로 배치된 최신 컴퓨터를 훔칠려고 했다. 컴퓨터와 학생의 만남으로 교육은 새로운 지평으로 열겠지만 주인공 브랜단한테는 교육에 역행하는 물건이 컴퓨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업적인 거대한 스케일로 흐르는 요새 영화에 대한 반감의 차원에서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에 대해 거부감의 표시라 하겠다. 나 역시 최근에 많은 영화들을 보고 있지만 헐리웃에 대한 반감과 앤딩의 허탈함으로 자꾸만 옛 영화들이 그리워지고 있다. 암튼, 이 영화는 나에게 상당히 재미난 영화로 다가왔다. 소위, 여름 대작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속속 나오면서 기대이하의 결과를 초래하여 실망만 안겨줬다면 브랜단과 트루디는 단비를 기다리는 청량제 역활을 톡톡히 했다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봉관을 찾지 못해 몇달째 시사회로 방랑했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게다가 개봉은 되었으나 아직도 우려의 맘이 가시지 않는 것은 여름 대작의 그늘에 가려 이런 영화에 쉽게 발길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같은 영국 영화인 빌리 엘리어트처럼 무수히 많은 찬사가 있었지 만 결국 울 나라 관객들은 그 찬사를 뒤로한 채 다른 영화에 관심을 가져갔다. 비록, 21일 개봉하면서 6개의 상영관이 잡혀져 있지만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덧붙여서..... 감독은 앤딩 크래딧에서 관객에게 좀더 많은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약간은 노골적으로 뒷 이야기를 담아 냈다. 한편으론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을 위한 감독의 배려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우연히 제목이 특이해서 본 마이크 마이어스 주연의 영화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가 생각났다. 그리고 헛간에서 빵을 먹으면서 벌여지는 해프닝?은,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두 마리의 개가 스파게티를 먹다가 키스하는 장면인 디즈니 만화가 생각이 났다. 이것도 역시 패러디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