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이들이 하는 상상 중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을 만한 것이 있습니다. '누구랑 누구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상상. 이소룡이랑 성룡이랑 싸우면? 마징가Z와 로봇 태권V가 싸우면? 상상만으로 즐겁던 시절이 분명 있었죠. 바로 그 즐겁던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프레디 vs 제이슨>입니다.
물론 온전한 즐거움의 몫은 철저히 호러팬들의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1984년과 1980년에 각각 첫 선을 보인 <나이트메어>와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는 일반 영화 팬들에게, 심지어는 호러 팬들에게조차 이젠 지루하단 얘길 들을 정도니까요. 영화의 내용마저 그들의 불평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합니다. 프레디나 제이슨 모두 1편부터 보여줬던 똑같은 방식을 20여 년간 그대로 고수하고 있거든요. 프레디는 사람들 꿈속에 나타나 그들의 두려움을 만끽하다 죽이고, 제이슨은 초월적인 맷집과 힘을 바탕으로 아주 묵묵하게 사람들을 살육해 나갑니다. 절대 죽지 않는 그들의 생명력만큼이나 그들의 스타일은 철저하게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극이 있습니다. 호러 영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두 캐릭터가 한 영화에 나와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활한 프레디와 우직한 제이슨이 정면 대결을 펼치는 스크린... 20년 만의 드림매치를 놓친다는 건 호러 팬들에게 있어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것과 같고, 무책임한 일부 네티즌들이 허무맹랑한 악플 다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너무 호러팬들의 관점만 강조하는 것도 편파적인 태도 같으니 다시 일반 관람객의 관점으로 돌아가 보죠.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 공포 영화지만 영화 후반에 가면 액션 영화로 돌변합니다. 프레디와 제이슨의 대결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이 아닌 가해자와 가해자의 맞짱이기 때문이에요. 또한 <백발마녀전>, <처키의 신부>, <51번째 주> 등 액션과 공포 장르를 넘나드는 감독의 특징이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르의 변화(또는 혼합)는 상황에 따라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고정 불변의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가 있는 영화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 관객들 상당수는 알게 모르게 과거의 경험과 예측을 바탕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를 미리 하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돌연함은 아주 새롭지 않는 한 관객들의 평가를 더욱 굳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일반적인 공포 영화도 아닌 슬래시 영화에요. 일반 관객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입니다.
그럼 다시 호러팬들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방앗간 안에 진수성찬이 마련되어 있고, 모니터에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글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냥 지나침으로써 참새이기를 포기하고, 무책임한 일부 네티즌임을 포기하시겠습니까? 평론가들의 평이 어떻든, 일반 관객들의 평이 어떻든 그걸 신경 써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프레디 vs 제이슨>은 호러 팬을 위한 영화이자 그들에게 주는 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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