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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여배우 3명을 뽑아보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염정아, 하지원, 그리고 김선아를 뽑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세명에 비해서 외모가 앞선다고 생각하는 고소영, 이영애, 김희선, 전지현 같은 배우들도 있으나 연기력이 나 작품 선정 능력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김희선, 전지현의 경우에는 그 정 도가 심각해 보입니다.
외모가 출중하면서도 연기력도 괜찮은 한가인, 임수정 같은 배우도 있고, 어린 나 이에 괄목할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 같은 배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한 국의 대표 여배우로 뽑기에는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겠죠.
그 외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배두나도 있습니다. 하 지만 배두나의 경우 작품 선정 능력, 스타성 등 종합적인 능력에서 떨어지는 면이 있 습니다. 연기를 잘 하더라도 배우인 이상 흥행 성적을 무시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 가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과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도연, 심은하 같은 배우들도 있지 만 굳이 그녀들의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김하늘은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하늘은 능청스럽습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자칫하면 심각하게 유치해질 수 밖에 없는 오버 코믹 연기를 능청스러움으로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능청스럽다는 것은 코믹 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멜로를 연기해도, 코믹을 연기해도, 아 니면 또 다른 스타일을 연기해도 김하늘에게는 능청스러운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물 론 그 능청스러움은 코믹 연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요. 그 만큼 김하 늘의 연기가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는 김하늘을 위한, 김하늘에 의한 영화입니다.
저랑 이름이 비슷해서 상당히 반가웠던 강동원이 공동 주연으로 나오지만, 사실 그 의 배역에 다른 남자를 데려다 놓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강동 원의 연기가 나빴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고, 그의 배역의 비중을 놓고 봤을 때 그렇 다는 것이죠. (물론,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그에 비해서 김하늘이 맡았던 배역은 그녀를 제외하면 딱히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 습니다. 그 자리에 김희선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한숨부터 나올겁니다. 하지 원이었다면 영화는 좀 더 멜로에 가까웠을 것 같고, 김선아였다면 좀 더 코믹에 가까 웠을 것 같습니다. 이 배역에서 김하늘 보다 나은 배우는 없었을 겁니다.
사기죄로 복역하다가 모범수로 풀려나온 김하늘은 기차에서 강동원과 만나게 되고, 가방을 잃어버린 김하늘은 가방을 돌려 받기 위해서 강동원의 고향 집으로 갑니다. 거기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꼬이게 되고, 강동원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 다. 하지만 천부적인 사기꾼 기질로 그런 상황을 즐기는 김하늘, 결국 강동원과 싸우 면서 정이 들게 되고... -후략-
여자가 사기친다는 소재의 로멘틱 코메디 영화는 많이 나왔었습니다. 결국은 그 소 재로 얼마만큼 참신한 재미를 주는가가 중요한데, 그 재미는 다양한 소품들의 활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나 감독과 배우의 역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독은 주인공의 사 기 행각이 억지스럽지 않도록 관객이 납득 가능하게 진행시켜야하고, 배우는 그런 상 황 속에서 천역덕스럽게 사기 연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처음 김하늘을 평가할 때 능청스럽다고 했는데, 이 영화에서 그녀의 그런 스타일이 영화를 살렸습니다. 로맨틱이나 코메디는 항상 오버하면서 오버하지 않는 '흥분 상태 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코메디가 마구 오버를 해버리면, 그건 더 이상 영화 가 아니라 개그 콘서트가 되어버리겠죠. 멜로를 강조하다보면 억지 눈물을 강요하는 한국 전형적인 신파물이 되기 쉽습니다. 감독 스스로가 그런 함정에 쉽게 빠져버리고 마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다행이도 첫 감독을 맡은 배형준 감독은 그런 유혹을 물리치고 적당한 수준의 분위 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그런지 약간씩 삐끗 거리는 부분 이 있지만, 이제는 노련한 배우로 평가되는 김하늘이 그런 부분을 커버해주었습니다. 강동원의 순진한 듯한 연기도 영화의 매력을 살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구요.
실제 나이로 김하늘은 78년생 27살, 강동원은 81년생 24살입니다. 내사랑 싸가지에 서는 하지원과 김재원 나이차가 많아서 보면서 좀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다행이도 그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김하늘의 어려보이는 외모가 한목했고, 또... 하지원은 워낙에 여고생 연기였기 때문에... (하지만 너무 좋았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는 나름대로 독창적인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로맨틱 코메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봐도 후 회 없을 수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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