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이 그리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남성들이 그리는 그것과 차별화 된 무언가가 있다.
여성인 그들이 몸소 느끼고 체험했던 사소한 일상 속의 에피소드나 디테일한 심리로 구성된 시나리오가 담는 그들의 일, 성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솔직한 담백한 이야기들은 여성이기에 가늠할 수 있는 여성 고유 영역으로 남성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색다른 발상과 표현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으로 다가오곤 한다.
그런 여성들의 느낌이 생생히 살아있는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들 중에 동성애를 소재로 한 기발한 내용의 영화가 몇 편 만들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성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간의 동성애’는 어쩌면 아직까지도 사회 속에서 남성과 차별된 대접(?)을 받고 있는, 남성과 독립된 개체의 여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여성적 감성이 두드러지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동성애는 그들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던가 그 사람의 인생이나 사고를 혁신적으로 바꾸게 하는 모티브로 작용하여 그의 일상과 생활이 더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몇 해전 제작되었던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Kissing Jessica Stein)>같은 영화가 그 대표격으로 동성애를 모티브로 하여 조금은 침체해 있던 여성의 삶을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기발함과 신선함이 돋보인 영화였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와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의 여성적 섬세함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상큼하고 신선한 느낌의 영화를 만나 꽤나 반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름도 생경한 제목의 스페인 영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이국적인 새로움이 느껴지는 스페인식 로맨틱 코미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며 여러 세대를 포함하는 5명의 여성들의 일상과 사랑을 경쾌하고 재미있고 발랄한 터치로 시종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의 여성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설정이나 내용의 기발함으로 즐거움을 주는 꽤나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갖는 영화다. 기존 헐리웃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의 여성만이 만들 수 있는 솔직하고 담백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독특한 스타일의 경쾌한 여성용 로맨틱코미디같은 느낌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유럽의 한 국가 스페인의 그것도 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영화는 낯설고 생경하다는 느낌 때문에 주목이나 관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선입견만 배제한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낯설어서 새롭고, 익숙하지 않아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줄 만큼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영화가 갖고 있는 도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동성애에 대한 설정(엄마가 사랑에 빠진 20세 연하의 여성)은 너무 황당해서 거짓말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설정은 영화 속에서 굉장(?)한 파급효과로 영화를 더욱 코믹하게도, 흥미로워지게도, 또 각의 인물들의 인생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마력을 발생시켜 영화에 생동감과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동성애를 다루었던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여성적 입장에서의 미묘한 느낌과 변화, 예기치 못한 돌발적인 상황들로 영화는 색다른 재미와 예측 불가능한 흥미로움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일련의 사건(?) 이후 5인 5색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여성들의 일상은 이 영화가 진정한 여성영화의 모습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여성의 시선으로 그리는 사랑 그리고 그것의 의미
여성의 인생에 있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로 하나되는 진실한 사랑(그것이 이성에게 느끼는 사랑이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건)만큼 중요한 행복의 척도는 없을 것이다. 영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는 인생을 핑크 빛으로 물들게도 캄캄한 암흑으로 느끼게도 하는, 극단적 마력을 지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철저히 여성적 입장에서 여성적 시선으로 그린다.
50이 넘은 나이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자식들 앞에서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선언하는 엄마 소피아와 그것을 당황스럽지만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있는 세 딸들의 변화하는 일상과 삶의 모습을 통해, 사랑 앞에 솔직하고 진솔한 것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살아가는 삶이 여자들의 인생을 얼마나 활기차게 변화시키고 생을 행복하게 하는지에 대해 영화가 보여주는 진중하고 솔직한 탐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5인 5색 여성들의 발랄한 일상
영화는 5가지 색깔의 다양한 세대와 성격, 각기 다른 모습의 5명의 여성을 통해 여성의 삶과 행복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50이 넘은 나이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들떠있는 성공한 피아니스트이자 이혼녀인 엄마, 그녀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20세 연하의 그것도 여성임에도 그녀는 당당하고 기쁘고 또 행복하기만 하다. 그녀가 느끼고 있는 사랑엔 어떤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의심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자신의 본심에 충실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이 철이 없다거나 당혹스럽다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어떠한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그녀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런 엄마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큰딸 히메나, 어쩌면 그녀 자신 행복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평범한 무덤덤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용기조차 없이 조용히 살아왔었기에 용기 있는 엄마의 선택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늦게나마 찾은 엄마의 행복이 부러워서 그런 선택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걱정스럽긴 하지만 행복을 빌어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통해 조용히 그녀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한다. 잊었던 자신의 행복을 찾을 용기를 얻게 된다.
늘 불안하고 자신이 없어 정작 자신의 매력과 재능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소설가 지망생 둘째딸 엘비라. 그녀에게 있어서 엄마의 커밍아웃은 가뜩이나 불안한 그녀의 일상자체를 어지럽고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일종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의 여운은 그녀의 일생을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 또는 발전시키게 하는 일종의 촉매의 구실로 작용하게 된다. 불안한 심리상태로 상대방을 황당하게, 이상한 행동으로 당황하게 하는 그녀이지만 그런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며 따스하게 감싸주고 배려하는 작가이자 부드러운 남자 미구엘, 그는 그녀의 인생에 다가온 또 다른 활력소로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용기로 자기자신을 깨닫게 되는 거울로 그녀에게 자극을 주며 그녀가 자아로 재 탄생되는데 큰 공을 세운다. 또한 아슬아슬 불안한 엘비라의 심리상태만큼 굴곡을 거듭하며 전개되는 그들의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로서 영화가 가지는 일종의 본연의 모습으로 관객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하는데 일등 공신 격의 구실을 하고있다.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느낌이지만 가장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느낌의 극중 인물 중 가장 자신의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막내딸 솔과 조용하고 은근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는 엄마의 20세 연하애인 엘리스카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으로 영화 속에서 숨겨져 있는 잠재되어 있지만 극적 전환의 중요한 고비고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극을 새롭고 기발하게 전개 시키는데 혁혁한 구실을 하며 존재의 의미를 돋보인다.
이렇듯 영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는 각양 각색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5명의 여성을 통해 잊고 있었던 여성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과 잊고 있었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커밍아웃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 영화 속 모든 여자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흐트러뜨리고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그들의 일상 전반이 재배치되고 일대 변혁을 가하여 잃어버리고 있었던 그들의 행복을 사랑을 스스로 찾게 하는 용기를, 약간의 인식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핑크 빛으로 변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경쾌하고도 코믹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그려나가면서 나의, 우리들의 일상을 가벼운 마음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다.
어쩌면 남들이 하는 대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최선의 행복이 아닐까하는 우리들의 안일한 생각에 일침을 가하며 영화 속 그들처럼 조금 더 생각을 바꾸고 용기를 낸다면 우리의 인생도 충분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복하고 윤택하게 변화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도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