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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2% 부족한 엇박자 유머의 묘미 마지막 늑대
mvgirl 2004-04-06 오전 10:23:26 1260   [3]
 

여기 세상의 힘겨움을 모두 짊어지고 살아가는 형사 최철권이 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본분이 형사인지라, 정의 사회 구현에 온몸을 바쳐야 하는지라, 날마다 깨지고 터지면서도, 위험이란 위험은 모두 무릅쓰면서까지 날고 뛰는 범인들을 색출하기 위해 오늘도 죽을 힘을 다한다. 그런데 이를 악물고 달리다 앞만 보고 달리다 그만 갇혀버렸다. 그리고 세상이 멈춰버린 듯 3일이 흘렀다.

첫 장면부터 형사 양동근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꽤나 강렬하다.

유유자적한 시골의 분위기를 다룬 다분히 시골스러운 시골경찰들의 일상을 다룬 평범한 경찰 버디무비 일 것이라는 예상은 첫 장면부터 여지없이 깨지고 양동근의 빠른 발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고통과 짜증으로 뒤범벅된 그의 숨막히는 일상을 고스란히 담으려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짧게 편집된 화면은 그들의 숨막히는 쫓고 쫓김을 빠르고 신속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어느 건설현장에서 양동근은 멈추고 카메라도 멈춘다. 시간도 멈추어 버린 듯하다.

오프닝의 강렬함을 바로 잊으라는 듯, 도시에서의 피곤이나 힘겨움은 완전히 던져버리라는 듯 영화는 갑자기 강원도 산골의 한 오지마을 무위리의 아름다운 전경으로 그 배경을 바꾸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의 핵심은 일이 싫어서, 일하기가 싫어서 도시를 떠난 형사 최철권과 일에 대한 의욕이 지나치게 과도한,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순경 고정식의 대결과 우정에 있다. 여기에 그들의 동상이몽을 극대화 시키는 무위리 파출소의 패쇄 사건은 동상이몽을 하는 그들이 서로 다른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조를 하는 일종의 계기를 만든다. 파출소를 수호하고자 힘이 필요한 형사 최철권과 서울로의 안정적인 입성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순경 고정식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인 결탁을 이뤄 범죄 없는 마을의 좌충우돌 범죄 만들기 작업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사건과 그 사건의 이루어 내는 헤프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극중 인물들의 극단적인 성격 대비는 영화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하는 구실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반면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일하고자 해도 달리 일거리를 찾을 수 없는 청년 실업의 현 세태를 풍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또한 동상이몽을 하고 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일종의 결탁을 하는 최형사와 고순경의 모습은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은 정치적 승리를 위해, 정권장악을 위해, 여론 수렴이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어떠한 정치적 결탁(대통령 탄핵 같은)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또한 씁쓸하다.

탱자탱자 날라리 형사 최철권 VS. 의욕 불끈 열혈 순경 고정식

3일 동안의 감금생활(?)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고 흡사 해탈의 경지에 오른 듯 일상의 모든 힘겨움을 떨쳐버리고 범죄 없는 마을 ‘무위리’로 떠난 우리의 날라리 형사 최철권. 현실 속 우리 내 시각으론 어이가 없을 정도로 대책 없는 청년처럼 보이지만 정작 마을에 도착한 그가 일의 압박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워진 그가 진정으로 행복해 하는, 편안해 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부럽기 그지없다. 실행과 비 실행의 차이이겠지만 빡빡하고 숨막히는 일상을 잠시라도 잊고 한번쯤 여유를 가져보라고, 한번쯤 도시를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서 편안히 자연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떠냐는 감독의 제안 같다.

도시에서 온다는 베태랑 형사 최철권이 너무도 반가운 범죄 없는 무위마을의 수호천사 고정식 순경. 국가를 위해 몸 바치고 마을을 위해 온 힘을 다하기 위해 경찰이 되었건만 정작 그곳에선 경찰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전무했기에 마을에서 일어나는 대소사에 집중하고 참견을 해야 했던 그. 무료할 수 밖에 없는 그곳에서의 일상을 억지로 힘겹게 바쁘게 꾸려 나가려고 애를 쓰는 고정식의 모습은 최철권과는 정반대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이지만 지나치게 일에 집착하는 모습이 아무리 해도 변화가 없는 그의 일상이 불쌍하고 안쓰럽다. 어쩌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현실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금의 여유에도 불안해하는 현재의 우리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서 씁쓸해지기까지 하다.

 

무위리 사람들.

이 영화엔 대립하는 두 경찰 이외에도 꾀나 인상적인 조연들이 포진하고 있다.

무위 파출소를 30년 동안 지켜온 파출소장님,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세상을 달관한 것 같은 표정의 묵묵한 이소장님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가끔씩 하시는 한마디는 늘 진리이다.

사랑이냐 돈이냐에 갈등하는 무위마을의 최고 퀸카 두미. 순정파 고순경이냐 돈많은 광수냐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며 고 순경의 서울입성에 작전에 최대의 갈등요소로 작용하는 무위마을 표 심순애.

무위마을에서 유일한 속세인이자 재벌 그리고 고순경의 라이벌 광수. 시도 때도 없이 쉽게(?) 번 돈을 두미에게 쓰며 두미 꼬시기에 몰두하지만 쓴 돈이 무색할 정도로 두미는 내내 망설이기만 한다. 마음처럼 확 넘어오질 않는다. 조금은 비열한 듯한 광수이지만 그래도 인간됨이 살아있는 무위마을 사람인지라 그 사람의 인간성은 마지막에 돋보인다.

무위마을을 찾은 문화재 도굴범 삼인방, 두목 독수리(오광록), 금이빨(오달수), 냉혈(유승목).

영화의 초입 무위마을을 지나가면서 잠깐 모습을 비친 금이빨과 냉혈은 아마도 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사건의 주인공으로 잠깐 인사차 들른 듯 두목 독수리 형님을 모시고 영화의 후반 문화재 도굴범으로 등장, 이 영화 최대의 위기를 형성한다. 조금은 어눌한 느낌의 그렇지만 충분히 위험스런 이 삼인방은 극의 유쾌한 분위기에 어울릴 정도로만 악하고 정당한 위기감을 줄 정도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요란스럽지도 어눌한 행동을 없이도 적당한 위엄과 유쾌함을 동시에 발산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오묘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악인의 모습이다.

그 외에 문화재 도굴범으로부터 무위사를 지키는 무위사 주지스님이나 무위사의 행자승, 잠깐 잠깐 모습을 비추는 마을의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그 무게의 경중에 상관없이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하고 영화에 활력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극단적인 성격의 두 주인공의 대립과 멋드러진 조연들의 조화가 인상적인, 느린 듯 천천히 여유로운 시골사람들의 모습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웃음을 소소히 담아내는 영화 <마지막 늑대>는 스피디한 현실을 숨막히게 살아가는 빠른 것이 대세인 도시의 생활에 조용히 태클을 거는 영화다.

바쁘게 살아야만, 앞으로만 나아가야만, 본분을 충실히 다해야만 인정 받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대해 한번쯤 달리 생각해도, 천천히 돌아가도, 일탈을 해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현실의 세태를, 힘겨움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나무라는 것 같다.

영화는 그래서 보는 내내 뜨끔하고 웃음 속에서도 씁쓸함이 묻어나는 블랙 코미디 같은 우울함이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영화가 담고 있는 배경이 멋있고, 영화가 담고 있는 시골의 인심이 훈훈하며, 적당히 버무려낸 세태의 풍자가 그럴듯하게 그려진 꽤 괜찮은 느낌의 이 영화는 정작 관객에게는 그다지 인기를 모을 것 같지는 않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중간선상에서 코미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한 이 영화는 초반 일하고자 열심인 황정민의 과장된 모습과 일하지 않고자 열심인 양동근의 무위도식한 모습,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골의 여유로움과 인심으로 관객에게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파출소 폐쇄 소식에 전전긍긍하는 최형사가 그곳을 지키기 위해 돌출적으로 하는 행동들과 고 순경과 결탁(?)하여 들춰내는 무위마을 사건 보고서 또한 큰 사건을 벌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분명 이 영화의 매력이자 영화 보는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웃음들은 재미를 주는 요소요소가 지나치게 산만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최형사의 무위도식한, 고순경의 지나치게 의욕적인 모습, 두미의 외도와 시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들 등 무위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싶었던 감독은 그 의욕이 넘쳐 영화의 본격적인 재미를 줄 사건의 출현(?)을 조금 늦추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 무위 파출소에 폐쇄의 공문이 내려지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최형사가 본격적인 파출소 수호 작업으로 벌이는 일련의 헤프닝들은 마지막에 벌어질 본격적인 사건에 가기 위한 준비과정인 것 같기는 하지만 조금은 길게 느껴져 영화의 재미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코믹영화를 표방함에도 산발적인 웃음만을 주는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 조금은 썰렁한 느낌의 코믹요소는 본격적인 코믹 드라마로 관객에게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기 위해선 무언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는 재미있고 없고의 경계를 넘어선 그 무언가가 있는 오묘한 느낌의 영화다.

내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쉽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다. 감독으로써의 재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연출적인 묘미나,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풍자적인 신랄함, 많은 인상적인 조연들의 적절한 배치와 활용 등 영화는 잘만 만들었더라면, 코미디라는 장르 대신 인심이 살아있는 훈훈한 시골마을의 한바탕 헤프닝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적절히 가미한 드라마를 표방했더라면 더 괜찮은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코미디를 표방하는 바람에, 재미 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때문에 영화의 재미나 흥미가 오히려 반감되는 느낌이고 관객으로부터 영화의 완성도 자체까지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 <마지막 늑대>는 수작 정도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시도의 볼만한 범작 정도의 느낌으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구자홍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재미만을 즐거움만을 원하는 관객들로부터는 어쩌면 철저하게 외면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독특함을 받아들 일줄 아는, 역 발상의 묘미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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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늑대(2003)
제작사 : 제네시스 픽쳐스 / 배급사 : (주)쇼박스, 풍년상회
공식홈페이지 : http://www.lastwol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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