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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보고 많은 사람들이 내용이 없다, 역시 한국만화 왜 이러냐 하는 불만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한명이었구요. 하지만 금방 이건 제 태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명 감독님도 무슨 이유가 있어 전혀 다른 방법으로 내용을 전개했으리라 느꼈던 거지요.
보통 우리가 오페라를 본다 혹은 미술 전시회를 간다 하면 작품의 배경과 작가를 가기 전에 한번쯤은 알아보고 가지요. 저는 영화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분명 영화도 관객에게 감독이 느낀걸 전해주는 그 사람의 신념과 혼이 들어간 예술작품 입니다. 관객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하러 가서 웃으며 나오는 영화는 그저 엔터테인먼트에 지나지않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보려면 비싼 돈 내고 뭣하러 영화관 옵니까? 집에 TV켜고 코미디 프로 보면 돈도 적게 나가고 왔다 갔다 시간도 안 들어요. 하지만 우리가 영화관에 굳이 오는 건 뭔가를 느끼길 갈망해서 입니다. 감동을 느끼고 싶습니까? 그럼 느낄 준비를 하고 오십시오. 만약 관객이 한번이라도 꼼꼼히 웹 페이지를 읽고, 보고 왔다면 이 애니 내용 없다는 말 못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정보에 노출 되어있기 때문에 좀더 열린 마음으로 새 시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서 이 애니 절대 내용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볼 때, 저도 영화의 가치를 떨어트린 관객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기존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식상한 내용, 권선징악의 주제를 갖은 그렇고 그런 뻔한 것들이어서 결코 호기심을 갖고 알아 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반면에 원더풀 데이즈 (비록 나 혼자만일지라도) 다 보고나니 왜 저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웹사이트 가서 살펴보니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호기심을 관객에게 부여하고 왜? 라는 질문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애니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예술이라는 증거입니다. 관객에게 호기심과 호감을 동시에 전하는 것이 바로 이 애니의 저력입니다.
확실히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내주는 결론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도 내용보단 결론을, 질문보다는 답변을 추구하는 현대인들 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된다’ 하는 미국, 일본식의 뻔히 예측되는 결말에 길들여져 쉽게 주인공들의 대화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식을 좋아하죠. 우리가 너무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던 걸까요? 단지 이 애니가 매우 한국적이었다는 이유로 이 애니를 내용 없다고 보기엔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왜 이 애니가 한국에선 혹평을 받는 한편 외국에선 격찬을 받는지 궁금하시죠? 그건 바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좀 더 대화를 많이 넣어서 관객이 알아듣기 쉽게 만들어야 된다 하는 식의 사고는 그야말로 세계화에 덜 떨어진 생각입니다. 단순히 남들이 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따라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분명 이해하기는 쉬워도 특별하지는 못합니다. 호감을 줄 수도 없고요. 한국적으로 말이 없는 대실 배경으로, 음악으로 혹은 에필로그로 표현을 한 것이 자국민에게 도리어 반감을 사는 것 너무 슬프지 않습니까? 우리 문화입니다. 부끄럽습니까? 그건 우리들 자신이 그 문화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는 그 애니 불후의 명작으로 뽑고싶네요. 감독님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지라도 한국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영화에 대해선 초짜인 CF감독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아무리 CF감독이래도 감독은 감독입니다. 아무렴 일반인들보다 모르겠습니까? 왜 자신이 더 잘났다고 생각하세요? 소수의 사람이라도 좋으니 내 시점을 알리고 싶다는 감독님의 의지와 오랜 시간(그래요. 7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7년 한결같이 같은 목표를 갖고 일 할 수 있습니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 앞에서 '저거 쓰레기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다 생각하시는 분들, 너무 무례하시네요.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 애니이기에 이렇게 감싸고 도는 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나쁩니까? 우리가 감싸주지 않으면 누가 감싸줍니까? 사람도 가족이 챙기지않으면 다른 사람이 무시하는 것 아시잖아요? 하물며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우리나라 애니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외국스타일에서 벗어난 한국의 애니. 어설플 지도 모릅니다. 어색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처음은 누구나 다 어색합니다. 이제 씨는 뿌려졌습니다. 가꾸고 아껴주고 도와주는 것,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결단코 말하는데 영화의 가치는 관객이 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애니의 가치를 부여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이 애니 볼 가치 충분합니다. 믿으세요.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고 또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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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데이즈(2002, Wonderful Days)
제작사 : 틴하우스(주)(양철집) / 배급사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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