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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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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8 오후 6:26: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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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에 대한 감상, 씁쓸함과 달콤함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서 큰 존재였다. 1999년, 세기말적
흥분 속에서 내 눈 앞에 드러내 보인 그 얼굴은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의 얼굴 앞에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나는 원더풀 데이즈, 그 이름을 잊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두가지를 깨달았다.
생각보다 이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과 그 사람들
의 눈이 기대와 멸시를 토해내려는 주머니와 혹시나 하는 희망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됐다. 뒤에 있는 아기의 칭얼거림 때문에 짜증
이 났지만 필름은 계속 돌아갔다. 그리고 끝이 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뒤에서 피식 피식 웃던 사람들은 묘하게 상기된
표정으로 일어섰다. '환경 얘기 같은데...뭐였지?'하고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예 졸았다거나 잤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나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그
순간 순간 마다 나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허전한 느낌이 우리의, 우리 애니메이션
의 거대한 벽인 '노하우 부족' 임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나는 여기에 대해서 덧붙여서 '그렇지만...어떻다고 하지는
않겠다. 원더풀 데이즈는 충분히 누구의 심사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으며 오히려 훌륭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움직임과 감성적인 음악 위대하다고 할 정도로 거대한
에코반의 풍경. 자연. 하늘. 그리고 태양의 아름다움....
원데의 그래픽은 아름답고 부드럽고 황홀했다. 그 어떤 것을 볼 때와도
다른 감흥이 나를 사로잡았다. 한편의 그림이 녹아 든 것처럼 세심했고
정성을 느낄 수 있는 화면이었다.
그렇지만 영화는 움직이는 것이 었기 때문에, 이 모든 효과들은 반감
될 수 밖에 없었다. 때에 따라 적절하지 못한 연출이 '아, 이때는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또한 성우들의 연기도 문제였다. 캐릭터들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목소리들은, 마치 대사를 읽는 듯한 밋밋한 느낌을 주기도 했 다. 물론 다 그랬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 일부의 하나가 바로 주인공인
수하였으므로 극 중 전체에 그런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문제는, 이 영화의 감정이 절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틀린 점이 극 중 인물의 감정을 확실히 나타
낼 수 있는 폭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그 폭이 좀더 작은, 애니메이션은
그 폭을 최대한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오히려
더 좁혔기 때문에 나는 인물들의 슬픔과 아픔에 동조하기 어려웠다.
2.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아야만 한다.
여기까지 비판을 써놓았기 때문에 이 위에 소제목을 보고 어리둥절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말이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아야만 한다.
이 영화는 분명, 어떻게 보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데
상당부분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영화의 잘못이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것은 바로 제작사의 노하우, 바로 경험의 부족 때문이며, 한국 애니
메이션의 척박한 토양 때문이며, 여태껏 제대로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고 하나되고 발전적인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우리들
때문인 것이다. ................... !
나는 얼마전 영화계 전 인사와 많은 한국 영화 팬들이 스크린 쿼터
사수를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스크린 쿼터 폐지란
사실, 엄청나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다. 외국의 것과 우리의
것을 동등하게 보자는데 무슨 반론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반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논리와 합리주의와 평등주의와
자유주의를 넘어선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바로 그런 맥락으로 나는 여러분들에게 권고하고 싶다.
이 영화를 꼭 보라. 한국에서 정말 제대로 기획하고 제대로 모여서
제대로 노력한 이 애니메이션을 꼭 보라.
여러분은 90여 억원을 순수 제작비로 들였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순수 제작비'라 할 수 있는가? 그 7년이 순수한 제작
기간이라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수 많은 시행착오의 가치였고 땀과
눈물의 시간이었으며 고뇌였다.
나는 지금도 선명하다. 영화 도중에 피식 피식 웃었던 그 숨소리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팝콘 부스러기 던지듯 무심코 던지던 그 말들을.
여러분은 과연 타산적으로 살 수 있는가? 50년동안 16강에 한번도
들지 못했던 나라를, '16강이다!'라고 열광적으로 응원했던 민족으로서,
그렇게 타산적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러분의 마음 속의 뿌리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속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는 그 깨끗하고
맑은 그것에 호소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꼭 보아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 계에
비난도 퍼붓고 '나라면 이부분을 이렇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고
큰소리도 쳐보아야한다. '그리고, 다른 것도 만들어봐라!' 하고 말해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그런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 애니에도 원더풀데이즈가 오길 바라면서 이만이다.
ep...
주제 넘게 떠들었다. 여기 까지 봐주신 분들은 참 욕봤다. 그러나
나는 또 멍청이같고 병신같고 애국애족 지랄하는 껍데기같고 바코드
대머리같고 안경잡이 같아 보일지라도 한마디 더해야 겠다!
이영화를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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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데이즈(2002, Wonderful Days)
제작사 : 틴하우스(주)(양철집) / 배급사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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