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원더풀데이즈>를 기대했던 것은 우리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외에 기대한 것이 있다면 7년여의 제작기간을 들여서 만든 만큼 그 웅장함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컴퓨터 그래픽 그리고 최첨단 디지털기술로 만들어진 에코반과 마르의 배경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드는데 웅장함은 없었다. 이것은 그 배경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캐릭터의 생생함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배경과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결코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애니메이션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영화는 국내 아니 거의 세계 최초로 2D와 3D에다가 미니어쳐 기법까지 동원했다. 인물과 소품, 그리고 배경을 따로 촬영한 후 각각을 합성한 것. 인물은 감정 표현에 장점을 갖고 있는 2D 기법을, 소품류는 특유의 질감과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3D 기법을 사용하고 건물과 장비들은 일일이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 촬영했다고 한다. 덕분에 영화에 등장하는 건물이나 도시의 외관은 그야말로 갖다붙인 거 같은 효과를 줬다. 여기에 감탄을 자아내는 오토바이씬 등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한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줬다. 이정도 기술을 가지고 계속 갈고 닦는 다면 능히 재패니메이션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만큼 기술적 완성도는 놀랍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기엔 그럴듯한데 역시나 딱딱한 느낌과 몬가 어색한 기분은 지울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사니 3D니 하면서 표현효과를 따지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현기법은 표현의 한방법이고 그표현이 아무리 신선하고 뛰어나다고 해도 헛일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주로 3D쪽이 앞서기 때문에 당연히 그쪽 기술이 많이 쓰인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일지지만 무엇보다 우선 중요한 것은 2D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고도 신선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렇게 영화 <원더풀데이즈>에 대한 평을 적어 보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마술같은 화면들에 감탄만 했던 내가 우리 영화를 보면서 그 보다 더 뛰어난 기술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점에서, 그것 하나만으르도 만족하고 감사하다. 기술이 뛰어나지 못해서 우리 애니메이션을 안 본다고 말하던 관객들이 있었다면 이제 그 미약한 핑계는 영화 <원더풀데이즈>를 보면 더이상 핑계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토리가 재미있지 않아서 안 본다는 관객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모 대단한 재미있어 보시나요?라고 반문하고 싶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말이 있잖은가? 매번 우리 애니메이션을 그림의 촌스러움과 기술의 낙후성으로 미리부터 질려서 보지도 않았던 일반적인 관객들이라면 영화 <원더풀데이즈>를 보면 놀라실 것이다. 아름다운 배경과 잔잔한 사랑을 그린 <오세암>이나 뛰어난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한층 업된 <원더풀데이즈>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많은 문제점을 너그럽게 봐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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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평론중에서 님의 평론이 최고입니다.
2003-07-18
06:36
저도 보고 싶은데....짬짬이 나오는 예고편도 기대되고..^^
2003-07-16
15:44
망설이다... 님 글을 읽어보고 보기로 맘 먹었습니다. 7년의 노력이 단지 시간 때우기는 아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