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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원피셔]소년의 꿈^^ 앤트원 피셔
newborn99 2003-05-10 오후 1:29:03 1073   [6]
 영화가 시작되면 한 소년이 황금빛 들판에 홀로 서 있습니다. 멀리 등대처럼 보이는 한 건물이 있고 소년이 그곳으로 다가가니 문이 열리며 넉넉한 웃음의 아저씨가 소년의 손을 잡아줍니다. 아저씨가 이끄는 곳을 따라가보니 넓은 홀이 나타나며 그 곳을 가득메운 사람들이 소년을 반겨줍니다. 이번에는 어느 아주머니의 인도를 받아 소년은 호화로운 테이블의 상석에 앉게 되고 모든 이들이 소년을 위해 열렬한 환영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소년앞에 케잌이 놓이려는 순간, 날카로운 핏빛 총소리가 들려오며 한 청년이 땀에 젖은 채 꿈에서 깨어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을 이루는 이 꿈은 바로 앤트원의 무의식을 차지하는 염원이자 앞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복선이 됩니다. 소년의 멋진 꿈을 방해한 총소리는 무엇이고, 소년을 반겨주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앤트원은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가족을 그리워하지만 자신에게 가족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는 오랫동안 홀로 버려져 있었고, 그러한 외로움과 상실감은 내면에서 곪아 때때로 다스려지지 않는 분노로 표출되곤 하였습니다. 분노와 좌절이 커갈수록 과거는 더욱 그에게서 멀어만 갔습니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상사에게 주먹을 휘두른 앤트원은 여러 벌칙을 부과받고, 그 중의 하나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됩니다. 앤트원은 정신과 치료를 부끄러워하며 그에게 할당된 3회기 동안의 상담을 침묵으로 버텨내려 하지만, 군의관은 앤트원의 심리 상태를 감정해야 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앤트원이 입을 열 때까지 '끈기와 은근'작전을 구사합니다.
 입을 열지 않겠다는 앤트원의 고집보다 군의관의 의지가 더 강했는지 앤트원은 결국 헛기침을 시작으로 말문을 열고 처음에는 군의관에 질문에 대답을 하는 정도로 상담에 임하더니 차츰 자신을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앤트원이 군의관과의 첫 만남에서 상담을 거부했던 것은 자신의 과거와 내면을 숨기고 싶어해서라기 보다,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공감하며 들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군의관과 엔트원은 상부의 명령으로 3회기를 의무적으로 만나야 하는 형식을 넘어서서 진정으로 앤트원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갈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가게 됩니다. 엔트원이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첫 데이트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군의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보는 이들의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일명 역할 놀이(role play)를 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함과 코믹함이 묘하게 어루어지기도 하구요.
 관객은 어느 새 군의관, 즉 상담자의 입장이 되어 엔트원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옛 애인이게 살해당한 아버지와 교도소에서 엔트원을 출산하고는 그를 버리고 간 어머니. 어느 교회로 입양되어 갔으나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아동학대를 당하며 수양 부모에게서 흑인이라(흑인 중에서도 피부가 더 까맣다는 이유로)는 모욕적인 말들을 들어야했습니다. 그러다가 수양 부모에게서 도망을 치고 소년원, 노숙인 시설을 거쳐 거리를 떠돌다가 자신을 지켜주는 이가 아무도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엔트원은 외로움에 지쳐 홀로 울고 있는 소년을 내면에 감추어두고 강한 청년이 되기 위해 해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이렇듯 엔트원의 과거를 따라가다보면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는 그의 충동적인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그의 어린시절을 망쳐버린 몹씁 어른들에게 분노하게 됩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울고 있는 어린 소년을 발견하고 그 소년의 아픔을 직시하게 된 엔트원에게, 군의관은 자신이 상담자로서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닫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무의식 속에 잠재한 꿈을 실현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상담의 마지막 과제는 엔트원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군의관의 개입과 도움으로 시작된 상담이지만 점차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엔트원의 역량이 강화되었고, 결국 자신의 문제는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테니까요.
엔트원은 가족을 찾으라는 상담의 마지막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요? 영화의 서두에서 그의 꿈으로 암시되었던 장면을 결말 부분에서 어떠한 장면으로 변하여 엔트원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고향을 찾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여정처럼 기억의 단편들을 쫒아 과거로 회귀하는 엔트원의 여행이 온갖 물살에 부딪히겠지만 그가 여행을 마친 후 한결 더 성숙해져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엔트원 피셔'는 비단 엔트원만의 치유과정이 다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치료를 맡았던 군의관 역시 가족과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러한 문제의 표출을 금기시해오던 그는 엔트원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 부부를 괴롭히는 문제에 직면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영화는 아마도 엔트원과 군의관 및 등장인물과 관객 간의 잔잔한 'win-win' 감동을 목표로 하고 있었나봅니다.
 감정의 극한에서 눈물이 터져나오거나 혹은 우리의 잠재된 정서를 자극하는 감동의 핵 펀치(^^;)가 감추어져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한 청년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행보에 마음 한 켠이 훈훈해지며 더 나아가 우리 자신에게도 존재할지 모를 내면의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등장인물에게 동화되어 내 자신의 상처를 함께 보듬을 수 있는 잔잔한 파도 같은 영화가 아니었나합니다. 마음의 생채기를 조용히 보듬고 멀리 가져가 버리는 파도와도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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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원 피셔(2002, Antwone Fisher)
제작사 : Hofflund/Polone, MDP Worldwide, Antwone Fisher Productions, Mundy Lane Entertainment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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