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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오세암] 어린시절 따뜻한 감성을 일깨워주는 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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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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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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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0 오후 8:4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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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시절, 그러니까 약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에도 극장을 주름잡았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슈퍼 히어로 <태권 브이>, 조그마한 몸으로 당당히 북한군과 맞서 싸우던 용감하고 씩씩한 <똘이장군>, 그리고 파란해골 13호와 싸우던 <마루치 아라치> 등의 많은 한국형 만화(그때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도 없었다)영화들이 방학기간을 주름잡으며 10대 어린이들의 기쁨으로 자리잡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그 만화영화들이 극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10대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건 그 영화가 갖고 있었던 선과 악으로 대별되는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와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그것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관객(어린이들)의 때문이 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깡통 로봇의 캐릭터나 똘이장군을 도와 북한군에 맞서 함께 싸우던(?) 귀여운 동물들의 캐릭터들은 나를 포함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그랬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어느 순간인가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다양한 TV 및 극장용 애니메이션 등으로부터 그 자리를 빼앗기기 시작했다. 화려한 일본과 헐리웃의 만화영화(또는 애니메이션)들이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을 사로잡게 되면서 젊은이들이 그것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네 토종 애니메이션은 점차 관객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자취가 없어지는 듯했다.
위기감을 느껴서일까 조금씩 우리나라에서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이루고자 붐을 형성하고자 힘을 모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느낌이다. 아직까지는 대중으로부터 인정받고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이 나오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감성이나 취향에 맞게 다양한 토종 애니메이션들이 시도되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에 개봉한 <마리 이야기> 같은 영화는 확실한 상업적 성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소재나 주제면에서 점점 다양해지는 토종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나 기술적 발전에 대해 가능성을 토종 애니메이션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를 보여주며 앞으로 만들어질 우리네 토종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를 하게했다.
또 하나의 서정 애니메이션 <오세암>. <오세암>이라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소식을 들은 건 개봉을 앞둔 최근에 이르러서이다. 실사 상업영화와는 달리 준비되고 만들어지는 기간이 긴데다 많은 스타가 나오는 실사영화에 비해 관객의 기대도가 떨어지다 보니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 조금 힘이든 실정에서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오세암>에 대한 소식은 일종의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첫느낌. 영화 <오세암>에서 받는 첫인상은 친숙한 느낌의 만화영화 같다는 느낌이다. 정성을 다한 듯 화려하지 않은 편안하고 은은하게 보여지는 수채화톤 자연의 색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한편에 간직하였지만 아직은 철부지 5살 아이 길손이, 어린데다 앞도 볼 수 없고 동생까지 책임져야하는 몸도 맘도 불편한 감이지만 철없는 어린 동생을 감싸고 사랑할 줄 아는 한없이 착한 감이 여기에 이들을 돌봐주게 되는 인정많은 설정스님과 같은 캐릭터 거기에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 <오세암>은 기존에 TV에서 보았던 만화영화들(<프란다스의 개>나 <엄마찾아 삼만리>같은 만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과 화려하지 않은 듯한 느낌의 그림으로 굉장히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의 TV용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영화 <오세암>은 친숙하지만 별 특징없는 평범한 만화영화처럼 보인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 영화 <오세암>은 너무 평범해서 너무 소박해서 극장용이 아닌 TV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스캐일이 작고 평범하다.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내용도 그러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화면 또한 특별한 기술이나 조작이 필요없어 보이는 산중의 모습들이나 암자의 모습이 전부여서 어쩌면 기존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보여주었던 기술적 진보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극영화 같은 효과를 보여주며 평면적(2D)인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기존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많은 입체적인 효과로 극영화의 촬영과 같은 느낌을 주며 2D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보여준다. (물론 내가 기존에 개봉된 모든 애니메이션들을 다 본건 아니지만 말이다.) 산사의 처마에 원근을 보여주며 카메라의 포커싱을 맞추는 듯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나 감이가 어머니를 회상할 때 보여지는 화면구성(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우즈업한 상태에서 회상씬이 연출되는 극영화의 회상씬에 자주 등장하던 화면구성), 카메라로 움직이며 회전하듯 인물 주변을 훑어내리 듯 보여주는 장면, 과거를 회상하며 장면장면을 커트를 통해 보여주는 장면 등 극영화에서 사용되는 화면기법 등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평범한 영화를 평범한 듯 하지만 비범하게 연출하고 있다.
아쉬움. 하지만 영화 <오세암>은 영화가 가진 장점만큼의 단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우선 캐릭터가 너무 단순하다. 철부지 길손이의 캐릭터는 철부지 어린아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하는 간절한 소원을 간직한 5살박이 철부지 어린아이라는 설정은 설정일 뿐 이 어린아이는 철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준다. 차라리 최근작 영화 <동승> 속의 어린아이처럼 끊임없이 엄마를 환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엄마 같은 아주머니에게서 엄마의 그림자를 느끼는 등의 설정을 넣었더라면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을 던져준다. 또한 어린 길손이를 돌보는 감이의 캐릭터 역시 밋밋하기 그지없다. 앞을 볼 수 없기에 어린 길손이의 엄마의 노릇도 해야하는 감이이기에 어딘가 꿋꿋한 맛을 느껴야 할 것 같은데 극에서 보여지는 감이의 모습은 유약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만약 설정스님을 못만났더라면 산속에서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할 만큼 그들의 모습은 불안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한 이들을 돌보게 되는 설정스님의 캐릭터는 어떠한가 ? 스님이라는 설정만이 있을 뿐 전혀 종교와는 무관하게 그냥 이웃의 마음씨 착한 아저씨같다는 느낌뿐이다. 경건해야할 불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길손이에게도 스님의 근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그냥 막무가네로 인자하기만 하고 삶의 고뇌나 불교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는 스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냥 만화니까 어린아이를 타겟으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그려야 할 만화니까 하는 생각으로 인물들을 설정한 것처럼 영화는 단순한 인물들의 뻔한 이야기를 단지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체 약간은 지루하게 전개된다.
영화 <오세암>은 영화에서 보여준 형식적 미나 예쁜 스틸 화면 그리고 전체적으로 공들여 그린듯한 그림은 영화를 꽤나 아름답고 성공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꽤나 기대를 하고 보았던 <마리 이야기>나 <오세암>이 가지는 공통점은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짜임새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야기가 짜임새가 없다 보니 극중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지 못하게 되고 인상적이지 못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리가 없는 건 당연하다는 느낌이다. 20여 년 전 <태권브이>가 <똘이장군>이 <마루치 아라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유치하지만) 흥미진진한 내용과 그것과 적절히 부합하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캐릭터들을 추억하게 하는) 매력적인 선악, 주조연의 캐릭터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21세기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토종 애니메이션의 과제는 매력적 캐릭터 설정과 짜임새있는 줄거리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외적 아름다움만이 있는 것이 아닌 무언가 색깔(무식하게 정의롭다던가, 무대포라던가, 소심하다던가 아님 무언가에 특별히 재주가 있다던가 하는)이 담긴 듯한 캐릭터라던가 그런 캐릭터의 색깔이 확실히 발휘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줄거리가 담긴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단 극영화를 작업하는 느낌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근사한 애니메이션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여러가지 단점이 보이는 영화 <오세암>이지만 난 이 영화가 마냥 사랑스럽다. 어린시절 따뜻한 감성으로 보았던 만화영화를 떠올리게 해서, 천진한 길손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착한 영화여서 그리고 공들여 그린 듯한 그림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이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씩 발전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아는 것 같은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영화 <오세암>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잘 될꺼라는 의미로 그리고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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